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길만 걸어온 독일 명품 여행가방 브랜드 리모와. 한국 론칭 이후 두 번째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CEO 디터 모르첵을 만나 그만의 경영철학과 미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드케이스 여행가방의 대표주자 리모와(RIMOWA)는 1898년 독일 쾰른에서 폴모르첵(Paul Morszeck)에 의해 설립된 여행가방 전문 브랜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좀 더 가볍고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 브랜드는 완전방수, 방탄 유리 소재 적용, 알루미늄 하드케이스 등 여행가방에 혁신적인 시도를 거듭하면서 3대에 걸쳐 세계적인 명품 여행가방 브랜드로 거듭났다. 특히 1976년 100% 방수가방의 탄생은 방송장비, 카메라 등 고가의 물품을 안전하게 운반하는 데 지대한 기여를 했는데, 오늘날까지도 관련 종사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뮤지션이나 스포츠 스타들 역시 그들의 악기나 장비를 운반할 때 리모와의 하드케이스를 애용한다.
3세대 CEO인 디터 모르첵(Dieter Morszeck)이 개발한 폴리카보네이트 가방은 여행가방 시장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세기 말, 가방업계 사람들이 ‘더 이상의 가방은 없다’고 생각할 무렵 등장한 폴리카보네이트 가방은 가히 혁명과 다름없었다.
“폴리카보네이트는 비행기의 창문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꿈의 소재’로 불립니다. 영하 50℃에 육박하는 온도를 견딜 수 있을 만큼 내구성이 뛰어나고 가벼우며, 다양한 색상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만큼 까다롭고 어려운 소재이기도 합니다. 1997년에 아이디어를 얻은 저는 3년간 폴리카보네이트 여행가방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얇게 압축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모두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지만 끊임없는 시도 끝에 3.5mm의 두께를 1.6mm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디터 모르첵은 폴리카보네이트 가방 개발의 성공 비결로 재활용을 하지 않은 100% 순수 폴리카보네이트 사용, 독일에서 만든 최고 수준의 기계, 최고의 기술력을 꼽았다. 리모와의 성공 이후 많은 업체가 카피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는데, 그 이유는 원가든 기술력이든, 삼박자를 다 갖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저희는 창업 이래 줄곧 ‘양보다 질’을 강조해왔습니다. 숫자는 저희에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많이 판매하느냐보다 어떻게 판매하느냐에 더 중점을 둡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고객이 더욱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가 가방을 만드는 이유입니다.”
리모와의 한국 사업 파트너인 (주)썬무역상사의 이재홍 대표에 따르면 실제로 리모와를 론칭한 이래 독일 본사로부터 한 번도 매출에 대한 압박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시장에서 리모와는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절대적인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리모와는 로드숍 청담, 신사, 명동 외에 갤러리아 명품관, 현대백화점 무역점, 분당 AK PLAZA, 대구 대백프라자, 부산 롯데백화점 본점 등 전국에 1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약 5년 동안 한국은 매년 4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달려왔으며 올해 안에 2곳, 내년에는 제주도에도 추가 로드숍 오픈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은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지요.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의 미래를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리모와는 혁신적인 행보를 이어온 브랜드답게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로젝트의 성패에 연연하지 않고, 더욱 좋은 제품을 위한 시도 자체를 높이 평가하며 끊임없이 도전을 계속해왔다. 이러한 도전정신이 있기에 1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폴리카보네이트 소재, TSA 잠금장치, 플렉서블 디바이더, 백홀더(Bag Holder) 등은 모두 리모와가 세계 최초로 적용한 것들이다. 디터 모르첵은 리모와의 도전과 혁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강조한다.
“저는 항상 더 나은 소재가 없을까, 더 혁신적인 게 없을까 고민합니다. 알루미늄과 폴리카보네이트를 적용했듯이 더 가볍고 튼튼한 신소재가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시도할 것입니다. 저 역시 끊임없이 여행길에 오르는 사람으로서, 언제 어디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제품의 탄생으로 연결될지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지금은 BAG2GO(GPS를 통한 가방 위치 확인 시스템)를 테스트 중입니다. 집에서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이것이 상용화에 성공하면 공항에서 가방을 부치기 위해 긴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여행자가 직접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가방이 알아서 목적지의 숙소까지 도달하는 것이죠. 가는 동안 고객은 모바일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가방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요. 빠르면 내년 말쯤 선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최고의 위치에 선 브랜드라면 으레 다른 분야로 사업 확장을 꿈꿀 법도 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 역시 가방, 주얼리, 의류 등 한 가지 품목으로 출발했지만 세가 커갈수록 토털 패션 브랜드로 확장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디터 모르첵은 ‘외길’에만 뜻을 품고 있음을 내비쳤다.
“저희는 여행가방에만 집중할 것입니다. 회사가 성장하는 것도 좋지만 퀄리티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판매량 1위는 저희가 지향하는 바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좋은 제품, 더욱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데 열정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