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CEO들. 그중 유독 독서광으로 소문난 CEO 2인을 만나 책에 대한 생각과 추천 도서에 대해 들어봤다. 책 읽는 CEO들이 추천하는 특별한 책 10권. 올가을 당신의 독서 리스트에 추가해보는 건 어떨까.
빅크람 무즘다(Vikram Mujumdar)
W 서울 워커힐 총지배인
“언제, 무엇에 관심이 있든 책은 마음을 열고 다각도에서 주제를 대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특별한 배움의 통로가 되어준다.”
책은 한마디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다 읽은 책을 버리는 법이 없어 심플한 인테리어를 원하는 아내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책은 다양한 매력을 지녔다. 현실에서 벗어나 기분전환을 하도록 돕기도 하고, 현실에 더욱 집중하도록 하니 말이다. 책에 빠지면 책 한 권을 굉장히 빨리 읽는 편이다. 그래서 한 달에 많게는 20권의 책을 읽기도 했는데, 요즘은 너무 바빠 저녁이나 주말을 이용해 평균 2~3권의 책을 읽고 있다. 일할 때 책이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많은 지식과 경험이 결합돼 가장 옳은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다고 믿는다. 언제, 무엇에 관심이 있든 책은 마음을 열고 다각도에서 주제를 대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특별한 배움의 통로가 되어준다. 비즈니스를 운영할 때는 관련 서적과 월간지뿐만 아니라 온라인 채널까지 총동원해 현실적인 감각에서 문제를 마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내가 한 가지 책을 토대로 경영에 대한 답을 구했다면, 편견에 사로잡힌 경영자가 됐을지도 모른다. 한국에 대해 아직은 알아가는 단계라 그동안은 한국 서점 중 어떤 곳이 좋은지 몰라 대형마트 서점이나 동네 서점에 갔다가 실망만 하고 돌아오곤 했다. 그래서 이번 추석 연휴 때 가족들이 있는 태국에 가 책을 여러 권 사 왔다. 앞으로는 한국의 좋은 서점을 많이 소개받아 한국에서도 좋은 책을 자주 만나보고 싶다.
Tom Peters 톰 피터스
비즈니스를 어떻게 잘 이끌어갈 수 있는지와 자신이 하는 일을 ‘excellence’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80%의 성공은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같은 허를 찌르는 피터스만의 유머가 인상에 남는다. 이 책을 읽기로 결정했다면, 한 번에 많은 양을 읽는 것보다 조금씩 조금씩 읽고, 다시 읽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어 번역본: 리틀 빅 씽 The Little Big Things, 더난출판사
<Lord of the Flies>
William Golding 윌리엄 골딩-198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부모님 댁 서재에 있던 책이다. 어느 여름휴가 때 읽은 책인데, 영국 소년들이 비행기 사고로 섬에 표류돼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사람에게 힘과 권력이 얼마나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다소 추상적일 수 있지만, 주변에서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일들이기에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한국어 번역본: 파리대왕, 민음사
<The Catcher in the Rye>
J. D. Salinger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학교를 떠나는 소년의 이야기를 말해준다. 학교생활과 친구들, 선생님들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보여주고 있다. 그 뒤에는 졸업 후 뉴욕으로 가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야기해 주는데, 정말 꼭 읽어야 하는 고전으로 어린 10대의 삶과 고민, 결정, 성장을 보여준다. 읽는 것만으로도 젊음과 순수함, 열정 등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어 번역본: 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Life of Pi>
Yann Martel 얀 마텔
동물원을 운영하기 힘들어진 인도 소년 파이의 가족은 이민을 결정하고 큰 배에 동물들과 함께 탑승한다. 하지만 사고로 배는 가라앉고 파이는 결국 벵갈 호랑이와 얼룩말, 사자, 오랑우탄 그리고 하이에나와 함께 7개월 동안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결국 멕시코에 도착하게 된다.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노인과 바다를 잇는 최고의 책이라는 극찬을 받은 책이니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한국어 번역본: 파이 이야기, 작가정신
<Catch 22>
Joseph Heller 조셉 헬러
Catch 22라는 제목은 해결책이 없지만 자꾸 반복되는 문제를 뜻한다. 실제 미국에서는 Catch 22라는 단어가 신조어로 사전에 추가됐다. 하지만 이것에 함정이 있다. 정신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비행기를 조종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합리적인 생각이 가능하므로 정신병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릴 수 있다는 식이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한국어 번역본: 캐치22, 민음사
양지해
메트로시티 대표이사
“회사 내에서 ‘위대한 독서’라는 프로그램을 201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데 직원들 스스로에게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선물하고 싶어서다. 그렇게 되면 책이 직원들을 더욱 소통하게 하고 책 속 내용에 대해 더 심화된 공부를 스스로 찾아서 하게 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서점에 가는 편이다. 마음먹고 책을 사면 한 번에 8백만원, 9백만원어치를 사기도 한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거의 책을 구매하지 않는데 책 표지나 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안에 있는 내용과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책을 열어서 몇 단락을 읽어보면 말을 거는 책이 있고 걸지 않는 책이 있고, 나한테 맞는 스타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스타일이 있는 것 같다. 이미지가 많은 책은 한 달에 20권 정도 보고, 텍스트 위주의 책은 한 달에 적어도 2~3권은 읽는 편이다. 소설이나 시보다는 예술, 인문학, 실용서를 주로 읽는다. 독서는 틈날 때마다 계속하는 편이기 때문에 책상, 침대, 화장대 등 여기저기에 책 2~3권 정도를 항상 올려둔다. 그리고 특히 인상 깊은 책은 직원들에게 추천하거나 선물하기도 한다. 회사 내에서 ‘위대한 독서’라는 프로그램을 201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데 직원들 스스로에게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선물하고 싶어서다. 그렇게 되면 책이 직원들을 더욱 소통하게 하고 책 속 내용에 대해 더 심화된 공부를 스스로 찾아서 하게 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회를 거듭하면서 많이 정착돼 이제는 직원들이 서로 책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제가 추천하는 재미있는 책을 통해 <시니어조선> 독자 여러분도 올가을 독서의 즐거움에 빠져보시기 바란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김영사
퓰리처상 수상작인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지난해에 낸 최신작인데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고대문명과 풍습 등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저자의 글을 보면 현재를 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조직, 가족, 개인의 문제, 건강 문제 등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다케시의 낙서 입문>
기타노 다케시, 세미콜론
일본의 유명배우이자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의 책이다. 그는 2010년 파리에서 전시회를 연화가이기도 하다. 화장실 낙서 수준이라며 겸손하게 자신의 그림을 표현하지만 위트와 풍자가 넘치는 수준작이 즐비하다. 글과 그림을 보고 피식 웃음짓는 순간 기타노 다케시의 머릿속에 연결되어 한 사람의 과거와 상상 속을 여행하고 곧 나도 뭔가를 하고 싶어진다.
<반 고흐의 정원>
랄프 스키, 디자인하우스
병과 외로움에 시달렸던 고흐가 선택한 아픔 치유법은 정원을 가까이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정원에서 보내며 정원을 그렸다. 쉴 때 가까이하면 시각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차분해질 수 있는 책이다. 또 반 고흐의 인간적인 고뇌나 외로움, 사색을 느낄 수 있는 상황 설명과 편지글 등이 수록돼 있어 당시 고흐의 생각을 유추해볼 수 있다.
<Pride 현대카드가 일하는 방식 50>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이야기나무
오너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기업의 운영은 기업문화에 답이 있다. 내부고객이 만족하면 외부고객 또한 만족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메트로시티에서도 이런 책을 만들려고 고민한 적이 있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읽게 됐고 이런 매뉴얼과 조직문화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됐다. 또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굉장한 위로를 받았다.
<조선왕조실록 세트>
박시백, 휴머니스트
휴일에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유익한 역사 만화다. 만화책임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철저하게 실록에 기록된 객관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책이다. 만화책으로나마 세계기록문화유산이기도 한 <조선왕조실록>을 접한다는 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정말 유익한 일이다. 역사드라마나 영화가 나올 때마다 항상 역사 왜곡 논란이 벌어지는데, 이 책을 통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진짜 역사를 만나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