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匠은 말한다] 명란젓 元祖는 한국… 日에 넘긴 지위 되찾아야죠
입력 : 2014.10.03 03:07
[수산 분야 명장 1호 장석준]
비린내 없앤 위생적 저염 명란, 일본인 입맛 잡아 제품 95% 수출
20년간 비법 캐내고 기술도 개발 "이젠 일본에 레시피 가르쳐요"
일본인은 명란젓을 좋아한다. 약간은 사치스러운 반찬에 속한다. 여름과 겨울에 신세 진 이에게 보내는 선물로 명란세트가 인기다. 한국인도 명란을 즐기지만, 일본인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일본은 '명란의 날'(1월 10일)까지 있다. 세계 명란의 90%가 일본에서 소비된다. 하지만 명란젓의 원조는 한국이다. 일제강점기 명란 맛을 본 일본인이 후쿠오카로 가서 보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석준(70) 덕화푸드 대표가 만드는 명란은 국내보다 일본에서 더 인정받는다. 까다로운 일본인 입맛을 잡아 일본 거대 유통회사에 여러 해 납품하고 있다. 일본의 1만 5000개 매장에서 그의 이름이 적힌 명란젓이 팔린다. 100개 넘는 일본 업체와 겨루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맛있는 명란으로 꼽힌다.
장석준(70) 덕화푸드 대표가 만드는 명란은 국내보다 일본에서 더 인정받는다. 까다로운 일본인 입맛을 잡아 일본 거대 유통회사에 여러 해 납품하고 있다. 일본의 1만 5000개 매장에서 그의 이름이 적힌 명란젓이 팔린다. 100개 넘는 일본 업체와 겨루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맛있는 명란으로 꼽힌다.
장석준은 수산제조 분야 대한민국 1호(2011년) 명장이다. '명란은 짜고 비리고 비위생적'이라는 편견을 깨고 저염(低鹽) 명란을 만들어 고가(高價)에 판다. 실온에서 몇 개월 끄떡없는 재래식과 달리, 청주를 가미해 비린내를 없앤 그의 명란은 냉장보관해도 일주일을 못 간다. 보관 기간이 짧고 1kg에 20만원이나 호가하지만 지난 추석 때만 2억원어치 팔렸다.
"한국에선 젓갈을 양념 맛으로 먹는 거나 다름없어요. 알이 톡톡 터지며 씹히는, 고유의 맛을 즐겨야 하는데…. 양념이 많으면 흐물흐물한 식감이나 검붉어진 색깔을 구분할 수 없잖아요. 좋은 명란은 탱글탱글하고 잘 익은 복숭아색이어야 해요."
장석준은 1급 명란을 구하려고 일흔 나이에 직접 검품장에 가서 원료를 고른다. 일일이 만져보고 먹어보고 알을 짜본다. 1~4월에 러시아 오호츠크 해역에서 잡힌 명란은 부산 감천항에 모인다. 세계 5만t 명란 중 1000t을 장석준이 다룬다. 95%가 일본으로 가고, 나머지만 국내 직영점과 쇼핑몰·홈쇼핑·대형마트에서 판다.
경북 청도 농가의 7남매 중 장남인 그가 수산업에 뛰어든 건 스무 살 때다. 취업 잘된다는 말만 믿고 부산수산대에 갔다. 미꾸라지·가물치·잉어 정도만 알던 그가 수산회사 입사 후 온갖 생선을 만졌다. 덕장에 명태 말리러 가면 석 달간 귀가하지 않고 밤낮 일했다. 세척용 표백제 냄새가 몸에서 진동했다. 핏물을 제거해 샛노랗게 변한 청어는 포화식염수에 담가 일본으로 보내고, 포 떠서 냉동팩에 압착한 대구는 미국으로 보냈다. 그렇게 동생들을 대학까지 보냈다.
그러다가 20년 전쯤 명란에 '올인'하기로 했다. "온난화로 어장이 북상하기 전인 80년대만 해도 동해에 명태가 가득했어요. 명란은 우리 음식인데 대부분 일본인이 소비하는 게 의아했어요. 우리가 명란을 세척하고 절여 반제품으로 납품하면 일본에서 첨가물을 배합해 상품화했죠. 일본 명란젓이 더 맛있고, 우리는 가공 기술조차 모르니 참 자존심 상했지요."
장석준은 틈틈이 '비법'을 알아내려고 뛰었다. "첨가물 배합비를 알고 싶어 별별 수를 다 썼어요. 일본인에게 부탁해 견학도 가고, 그 사람들 노트를 훔쳐 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암호나 다름없더라고요. 청주·소금·인산염 등으로 온갖 조합을 다 해봤죠."
1991년 수산회사가 부도나자 2년 후 동료 40명을 모아 세운 게 지금의 회사다. 그 공백기에도 연구에 매달려 저염도(4%대) 명란을 출시했다. 재래식은 염도 7~15%로, 나트륨이 외면당하기 시작하던 때다. 하지만 일본 수출까지는 7년이 더 걸렸다. 그는 "맛은 일본 것보다 나은데 '한국산'은 수입하려 들지 않았다"며 "돌파구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이었다"고 했다.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명란의 선별·계량·품질확인·포장 단계를 거친 후 영하 40도에서 급냉동한다. 세균 수치 기준은 10만 이하지만, 1000을 넘기지 않게 했다. 일주일 지나도 5000 정도에 그친다. 엄격한 위생관리에 일본인들도 혀를 내둘렀다. 그는 명란 가공 특허만 9개를 갖고 있다. 김에 명란을 붙인 명란김도 만들었다. 직원 100명인 중소기업이지만 연구개발실을 두어 박사급 인력도 채용했다.
결국 '일본 명란의 자존심'이라는 후쿠오카에서도 납품 요청이 왔다. "후쿠오카에는 명란 회사가 많아요. 예전에 제가 기술을 배운 곳이니 일부라도 갚기로 했어요. '명란 종주국 한국에서 업그레이드한 레시피'죠." 장석준은 "하지만 지금도 명란 하면 일본으로 인식되는 실정"이라며 "더 노력해 종주국의 지위를 완전히 되찾아오겠다"고 했다.
"한국에선 젓갈을 양념 맛으로 먹는 거나 다름없어요. 알이 톡톡 터지며 씹히는, 고유의 맛을 즐겨야 하는데…. 양념이 많으면 흐물흐물한 식감이나 검붉어진 색깔을 구분할 수 없잖아요. 좋은 명란은 탱글탱글하고 잘 익은 복숭아색이어야 해요."
장석준은 1급 명란을 구하려고 일흔 나이에 직접 검품장에 가서 원료를 고른다. 일일이 만져보고 먹어보고 알을 짜본다. 1~4월에 러시아 오호츠크 해역에서 잡힌 명란은 부산 감천항에 모인다. 세계 5만t 명란 중 1000t을 장석준이 다룬다. 95%가 일본으로 가고, 나머지만 국내 직영점과 쇼핑몰·홈쇼핑·대형마트에서 판다.
경북 청도 농가의 7남매 중 장남인 그가 수산업에 뛰어든 건 스무 살 때다. 취업 잘된다는 말만 믿고 부산수산대에 갔다. 미꾸라지·가물치·잉어 정도만 알던 그가 수산회사 입사 후 온갖 생선을 만졌다. 덕장에 명태 말리러 가면 석 달간 귀가하지 않고 밤낮 일했다. 세척용 표백제 냄새가 몸에서 진동했다. 핏물을 제거해 샛노랗게 변한 청어는 포화식염수에 담가 일본으로 보내고, 포 떠서 냉동팩에 압착한 대구는 미국으로 보냈다. 그렇게 동생들을 대학까지 보냈다.
그러다가 20년 전쯤 명란에 '올인'하기로 했다. "온난화로 어장이 북상하기 전인 80년대만 해도 동해에 명태가 가득했어요. 명란은 우리 음식인데 대부분 일본인이 소비하는 게 의아했어요. 우리가 명란을 세척하고 절여 반제품으로 납품하면 일본에서 첨가물을 배합해 상품화했죠. 일본 명란젓이 더 맛있고, 우리는 가공 기술조차 모르니 참 자존심 상했지요."
장석준은 틈틈이 '비법'을 알아내려고 뛰었다. "첨가물 배합비를 알고 싶어 별별 수를 다 썼어요. 일본인에게 부탁해 견학도 가고, 그 사람들 노트를 훔쳐 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암호나 다름없더라고요. 청주·소금·인산염 등으로 온갖 조합을 다 해봤죠."
1991년 수산회사가 부도나자 2년 후 동료 40명을 모아 세운 게 지금의 회사다. 그 공백기에도 연구에 매달려 저염도(4%대) 명란을 출시했다. 재래식은 염도 7~15%로, 나트륨이 외면당하기 시작하던 때다. 하지만 일본 수출까지는 7년이 더 걸렸다. 그는 "맛은 일본 것보다 나은데 '한국산'은 수입하려 들지 않았다"며 "돌파구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이었다"고 했다.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명란의 선별·계량·품질확인·포장 단계를 거친 후 영하 40도에서 급냉동한다. 세균 수치 기준은 10만 이하지만, 1000을 넘기지 않게 했다. 일주일 지나도 5000 정도에 그친다. 엄격한 위생관리에 일본인들도 혀를 내둘렀다. 그는 명란 가공 특허만 9개를 갖고 있다. 김에 명란을 붙인 명란김도 만들었다. 직원 100명인 중소기업이지만 연구개발실을 두어 박사급 인력도 채용했다.
결국 '일본 명란의 자존심'이라는 후쿠오카에서도 납품 요청이 왔다. "후쿠오카에는 명란 회사가 많아요. 예전에 제가 기술을 배운 곳이니 일부라도 갚기로 했어요. '명란 종주국 한국에서 업그레이드한 레시피'죠." 장석준은 "하지만 지금도 명란 하면 일본으로 인식되는 실정"이라며 "더 노력해 종주국의 지위를 완전히 되찾아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