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사이드] 삼성重·엔지니어링 합병, 株價에 발목 잡히나

올 12월 1일 합병을 앞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주가(株價) 하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두 기업의 주가는 지난 9월 1일 합병 선언 이후 한 달 동안 각각 20%, 22%씩 하락해 두 회사 합산(合算) 시가총액의 2조원 이상이 날아갔다.

이로 인해 지난달 30일 두 회사는 80여명의 애널리스트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로 초청해 대규모 기업설명회를 열었다. 박대영 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엔지니어링 사장 등 두 회사 경영진이 총출동해 "합병을 통한 시너지(상승효과) 창출로 2020년 매출 40조원, 영업이익률 8%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설명회 다음 날에도 두 회사의 주가는 각각 6%, 4.5%씩 떨어졌다.

◇주주들의 주식 매수청구로 합병 무산?

두 회사 최고 경영진이 주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주주(株主)들의 '주식 매수청구권' 행사 때문이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회사를 상대로 자신의 주식을 되팔 수 있는 주식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합병의 경우 기준가격이 삼성중공업은 2만7003원, 삼성엔지니어링은 6만5439원으로 정해졌다.

문제는 두 회사의 현재 주가가 이달 2일 기준 각각 2만3050원, 5만6200원으로 이미 기준선 아래로 크게 하락했다는 것. 기존 주주들이 주식 매수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현재 주가에 청구권을 행사해도 삼성중공업 기존 주주들은 약 4000원, 엔지니어링 주주들은 약 1만원 가까이 이익이 발생한다. 두 회사의 소액 주주들 중 절반 정도가 청구권을 행사한다면 삼성중공업은 2조원, 엔지니어링은 7500억원의 생돈을 들여 주식을 사줘야 한다. 삼성 관계자는 "두 회사에서 이 정도 규모의 현금이 한꺼번에 날아가면 단기적으로 상당한 자금 압박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두 회사는 합병 계약서에 "삼성중공업과 엔지니어링이 지급해야 하는 주식 매수 대금이 각각 9500억원, 41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넣어두긴 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주식 매수청구 대금 부담을 이유로 합병을 포기할 경우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삼성 그룹 차원의 전체적인 그림이 어그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주식 매수청구권 행사 때문에 합병이 실제로 틀어진 경우도 있다. 2009년 현대모비스와 오토넷의 합병 당시, 주주들의 주식 매수청구권 행사가 과도해 합병이 한 차례 무산된 적이 있다.

◇株價, 왜 이렇게 떨어지나

두 회사의 주가가 계속 추락하고 있는 것은 조선(造船)과 해양 플랜트 등 두 회사의 주력 산업 업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데다 두 회사의 합병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과 해양플랜트 분야가 세계적인 수요 부진과 중국발(發)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합병을 해봐야 별다른 탈출구를 마련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모두 해양분야에서 엔니지어링 능력과 경험이 부족하다"며 "미국 셰일 혁명에 따른 해양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합병에 따른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심지어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합병으로 삼성중공업은 불확실한 사업을 추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