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달콤한 수익 ELS(주가연계증권), 배반의 장미 될라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원금 비보장형 ELS(주가연계증권) 발행 잔액이 5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말 그대로 ELS 전성시대. 재테크 시장이 완전히 ELS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ELS는 기간을 정해 놓고 이 기간에 주가지수나 종목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금리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요즘 나오는 상품 중에는 주가지수가 가입할 당시 종목 주가의 50%를 밑돌지 않으면 7~10%의 금리를 주는 것이 많다.

올 초만 해도 재테크 시장은 롱숏펀드나 해외 채권펀드 등 ELS를 견제할 만한 상품이 있었다. 하지만 수익률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하반기 이후로는 자금이 ELS로만 몰리고 있다. 특정금전신탁이나 퇴직연금, 보험상품도 ELS만을 담으려고 하는 분위기다.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데도 막대한 돈이 몰리는 것은 ELS 중에서도 주가지수를 기준으로 하는 '지수형 ELS'는 원금을 잃은 적이 없다는 전례 때문. 하지만 지나치게 자금 쏠림이 심한 경우 '만일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부담도 커진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신탁·보험·퇴직연금도 "ELS 담아요"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일 기준 원금 비보장형 ELS 발행 잔액(DLS 포함)은 49조6000억원가량이다. 올 들어서만 13조원이 늘었다. 원금 보장형까지 포함하면 78조원에 이른다. 9월 한 달 동안 8조원이 넘는 자금이 ELS에 신규로 유입됐다.

ELS 중 인기를 모으는 것은 주가지수 움직임에 따라 금리를 주는 지수형 ELS다. 이 상품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한 번도 손실 상환되지 않았다. 금융 위기 직후엔 연 기준 15~20%의 이자를 제공하는 상품이 많았는데, 모두 정상 상환됐다. 코스피200 지수는 단단히 박스권에 갇혀 있지만, 최소한 ELS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에서 재미를 본 셈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도 공포감을 잊고 투자하는 분위기다. 일선의 프라이빗뱅커(PB)들은 "전세금이나 노후 준비 자금을 몽땅 붓는 고객도 많다"면서 "아무리 그래도 지수가 반 토막이 나진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러자 그간 수익률 관리에 실패했던 각종 타 금융상품도 ELS를 편입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2010년 이후 수익률 관리에 실패하면서 고객이 외면해왔던 자문형 랩 시장에서 ELS 랩을 만들어 큰 인기를 누렸다. 현재는 다수 증권사가 비슷한 상품을 만들었다. 고객이 맡긴 돈을 주식이나 채권, 기업어음(CP) 등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인 특정금전신탁,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못 찾고 있는 보험이나 퇴직연금도 모두 ELS를 적극적으로 편입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의 금융상품팀 관계자는 "하반기 이후 1000억원 이상의 덩치를 가진 사모 ELS가 급증하는 추세인데, 모두 신탁이나 퇴직연금, 보험사가 편입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경제에 큰 도움 안 되는 상품이란 지적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크게 3가지다. 일단 ELS 판매처가 증권사뿐 아니라 은행, 보험사 등으로 확대되면서 유통 과정을 금융 감독 당국이 제때 감시할 수가 없게 됐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당 ELS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고 유통됐는지를 판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초 자산이 코스피200과 홍콩의 항성 지수, 유로스톡스50, 미국의 S&P500 등 일부 지수로만 한정되고 있다"면서 "만약 이런 지수가 갑자기 급락할 경우 수십조원대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261까지 갔던 코스피200 지수는 금융 위기 때인 2008년엔 '반 토막' 이하인 123까지 떨어졌었다.

개인 투자자 투자 자금이 ELS에만 쏠리는 것 자체도 경제에 큰 부담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ELS 투자금은 대부분 국공채 등 안전 자산에 투입되고 나머지는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개인 자금이 기업에 투자되는 등의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ELS 관련 지수나 종목 주가가 급락할 경우 ELS에서도 관련 파생상품이 손절 물량으로 흘러나오면서 국내 증시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