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高架(고가)공원, 찬반 속 보행자에게 첫 개방

과연 서울역 고가도로가 서울시 뜻대로 공원화될 수 있을까.

서울시는 12일 이 고가도로의 공원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 차량 통행을 막고 '걷기 행사'를 벌였으나, 인근 남대문시장 상인들과 지역 주민들은 비슷한 시각에 공원화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 고가도로 공원화에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게 한 하루였다.

서울시는 이날 정오부터 4시간 동안 서울역 고가도로 1㎞ 구간(폭 10m)의 차량 통행을 막고 시민에게 개방했다. 1만3000여명(서울시 추산)의 시민이 맑은 가을 하늘 아래 고가도로를 거닐며 도심을 즐겼다. 1970년 준공 행사 당시 박정희 대통령 부부가 테이프 커팅을 위해 걸어 올라간 이후 이 고가도로가 보행 공간으로 개방된 것은 44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행사는 '서울역 고가, 첫 만남: 꽃길 거닐다'라는 주제로 치러졌다. 고가도로 한쪽에는 꽃밭정원과 카페가 들어섰고, 플로리스트들이 곳곳에서 시민들과 함께 꽃장식을 만들었다.

서울역 인근에선 고가도로 아스팔트 바닥에 분필로 꽃을 그리는 '분필꽃밭'도 펼쳐졌다.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들과 연인들이 분필로 꽃을 그리거나, 고가도로 방문 기념 문구를 적었다. 북쪽으로는 남대문이, 남쪽으로는 서울역 광장과 고층 빌딩이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스퀘어빌딩~서부역 구간은 사진 찍는 시민들로 붐볐다. 이기운(65)씨는 "마포구 아현동에서 산책 삼아 가족들과 함께 걸어왔다"며 "직접 와보니 서울 도심에 사람과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영순(60)씨도 "서울 도심이 훤하게 내려다보이고 사람들도 많아 집에 가기 싫을 정도"라 했다. 김모(여·26)씨는 "시민들과 함께 꽃꽂이를 하니 재미있다"며 "노후화된 고가도로를 체계적으로 재생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1970년 준공된 이 고가도로는 2006년 상판 노후화로 안전도 D등급을 받았으며, 올해 말 철거될 예정이었다. 2009년부터는 노선버스 통행이 전면 금지됐다.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이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박원순 시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를 벤치마킹해 이 고가도로를 녹지 공원으로 재생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국제 현상 공모를 통해 구체적 계획을 마련한 뒤 내년 설계에 들어가 2016년 말 완공할 계획이다. 비용은 36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남대문시장 상인 등 300여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퇴계로 쪽 서울역 고가도로 진입로 인근에서 공원화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서울시가 고가도로 공원화 추진 과정에서 상인과 지역 주민 의견을 구하지 않았고, 철거에 따른 교통 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재용 남대문시장 상인회장은 "2009년 서울역 고가도로 버스 통행 금지로 퇴계로 일대 버스 노선이 줄면서 이 일대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퇴계로 쪽 상가 공실률이 30% 정도다"라며 "남대문시장은 도매 시장이라 물류가 중요해 교통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반대 집회에 나선 상인 및 주민들과도 얘기를 나눴다. 박 시장은 "서울역 고가도로가 보행 공원으로 재생되면 남대문시장과 지역 사회에 큰 이득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충분히 뵙고 여러 말씀 듣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