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최고 덕목은 是非 가리기 아닌 和合 추구

"프란치스코 교황 리더십의 핵심은 자연스러움이라고 봐요."

사목 활동을 위해 최근 프랑스 파리를 찾은 벨기에의 고드프리드 다넬스(Danneels·81) 추기경을 만났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78)을 극찬했다. 다넬스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수시로 만나는 원로 자문 그룹 중 한 명이다. 지난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의 후임 교황을 선출할 때 외신들은 그를 "미래에 대한 비전과 뛰어난 교리 해석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교황은 어떤 행동이건 미리 계산하고 하는 분이 아니다"며 "늘 자신은 완전히 내려놓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넬스 추기경은 "교황은 취임 후 늘 사제들에게 '양(羊) 냄새가 나는 목자(牧者)가 되라'고 강조한다"며 "주변의 어려운 이를 보살피라는 말은 보통 사람들도 새겨야 할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교황이 로마 근교 빈민촌을 방문했을 때, 직접 어린 양을 어깨에 둘러멨던 일을 거론하며 "늘 가난한 사람과 함께해 온 교황으로선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고 했다. 지난 방한(訪韓) 때 교황이 어린아이를 하나씩 보듬어 안았던 일을 말해주자, 다넬스 추기경은 "교황은 강아지를 선물받으면 그 강아지도 자신의 차에 태우고 다닐 사람"이라며 웃었다.

"교황이라는 자리는 사실 무척 외롭고 힘든 자리입니다. 얼마 전 교황에게 '힘들 때 어떻게 하시느냐'고 물으니, '혼자 거울 앞에 서서 크게 한번 웃고 만다'고 대답하더군요."

다넬스 추기경의 고국 벨기에에선 네덜란드어를 쓰는 북부 플랑드르와 프랑스어권인 남부 왈롱이 첨예한 지역 갈등을 겪고 있다. 플랑드르 출신인 다넬스 추기경은 지역색과 무관하게 벨기에 전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몇 안 되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종교인의 제1 덕목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아닙니다. 화합을 추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다넬스 추기경은 "가끔은 '진리'를 추구한다면서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들도 있다"며 "하지만 타협하고 화합하는 것이 결국에는 모두에게 이익이며, 평화보다 중요한 진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 원로가 갈등 이슈를 중재하는 전통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경쟁과 대립이 한층 심해지는 상황들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다넬스 추기경은 벨기에 명문 루뱅대학 교수를 지낸 교회법의 권위자다. 젊은 시절엔 가톨릭 교회를 현대사회에 맞게 획기적으로 바꾼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바티칸에서 열리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이혼과 재혼, 동성애 등 그동안 가톨릭이 금기시해온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다넬스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혼과 동성애를 인정해야 하느냐고 묻기 전에 먼저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며 "그들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결국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냐고 묻자, 다넬스 추기경은 "결국은 하느님이 판단하실 일"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