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시사 만화의 산증인 '고바우' 모습 한자리에

삐쭉 솟은 머리칼 한 올에 안경을 쓰고 콧수염을 기른 고바우 영감이 집집이 돌면서 난데없이 라디오를 빌려달라고 한다. 한데 모아놓고 켜니 TV와 라디오에선 고별방송이 한창이다. 1980년 신군부 집권 이후 언론통폐합 조치를 비판했던 만화〈그림〉로 애초 그해 11월 17일 조선일보에 게재될 예정이었지만, 이 연재만화는 검열을 통과하지 못해서 실제 독자들과 만나지는 못했다.

한국 최장수 시사만화로 불리는 김성환 화백의 '고바우 영감'이 지닌 시대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특별전이 다음 달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고바우 영감'은 1950년 육군본부가 발행한 '사병만화'에 첫선을 보인 뒤 1955~2000년 조선·동아·문화일보 등 일간지에 45년간 1만4139회 연재됐다. 고바우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와 박사 논문이 나오고, 기념우표와 전화카드가 발행될 만큼 폭넓게 사랑받았다. '고바우 영감'의 원화(原畵)는 지난해 2월 등록문화재 538호가 됐다.

이번 특별전에는 김 화백이 그린 원화와 검열을 통과하지 못해 신문에 싣지 못한 작품들, 기념우표와 광고 포스터 등 200여점의 자료가 전시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02)3703-9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