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삶은 서로 비교하지 않을수록 빛난다

오늘도 이 아침 전철 안엔 제 앞을 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나는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겠다며, 점잖게 앉아 얼굴에 한 가닥 힘만 올려놓은 채…. 그러나 그 힘이란 누구도 똑같이 유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새로운 상황을 계속 펼칠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그 새것 같이 힘겨움에 허덕이며 말이다. 물론 그 어떠함을 느꼈다는 매듭의 순간, 자신의 끝자락을 숨기는 일이 거듭되곤 한다.

자신의 끝을 감추려는 끝내 노력이란 틀림없는 본능이리라. 많은 사람이 조금씩 안도의 숨을 쉬고 매일 편한 듯 아침밥을 먹는 이유다. 서로 알면서도 감추려는 노력에 의해 시작되는 하루 머리, 무엇인가 앞일을 미리미리 생각한다는 것, 어쩌면 미래의 불투명함을 견디려는 노력이라 보여지기도 한다.

대부분 사람은 서로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행동을 한다. 자신의 그래도 남은 밑바닥 이야기를 하지 않고 말이. 이런 노력이 대부분 버릇으로 흔히 옮겨지는 현상을 우리는 많이 경험한다. 굳이 자신의 것을 끝까지 보이지 않으려는 버릇이 단체적 관습이요, 문화로 이어지는 결과론적 상황에 이르러선 개인의 그 어떠함이란 무의미한 듯하다.

한편 뉴스마다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은 운이 좋은 경우다. 그러나 그들 또한 새로이 만나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자람을 감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수 없이 이어지는 노력의 결과가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발달시키는 데 힘을 쏟는 것이다. 이름을 유지하려는 과정의 자랑스러운 목소리를 가짐으로써, 또한 그것을 그 뉘와 계속해서 비교함으로써, 감추려 했던 것에 대한 보상을 스스로 하곤 한다.

문득, 하루하루 좋은 것만 보고 언제나 비교하지 않는 사람들만 서로 만날 수 있으면 금상첨화의 인생일 것이다.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서로 이야기를 가슴에 담아두지 않는다. 어떤 말에도 그저 서로 웃으려 한다. 모자람을 보아주는 일이 인지상정이니 말이다. 그 시간이야말로 곧 항상 새로움이리라. 감추어 두었던 것을 서로 어루만져 주는 새로운 손짓이리라. 

새 손짓, 여기 전철이든 어디서든 이 새 손짓을 아무리 많이 내밀어도 부족하다. 나와 같은 그들에게, 내미는 손짓은 분명 영광이다. 혹시 이때마다 기쁨이 얻을지도 모른다는 새로운 기대란 얼마나 영광인가. 그러나 뒤돌아서면, 영광인 줄 알면서도 서로 비교하는 일상을 어쩔 것인가. 그 비교의 끝에서 스스로 숨통을 꽉 틀어막는 또 일상의 일상인 것을, 이 작금의 일상 버거움을 또 어쩔 것인가.

그런가, 산다는 것은 내 아픈 곳을 감추어 가는 시간의 연속인가? 죽기 전에 꼭 한 번 만나야 할 사람들, 그 사람이 결국 나 자신이겠지만, 이를 위한 눈물의 고백을 가슴 주머니에만 담아 더 이상 만지작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억지 기침을 한다거나 뭐 다른 새로운 시간을 느끼지 못하는 못마땅함을 위하여, 이제 어제 울었던 목소리 흉내는 더 내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리도 많은 사람들의 눈물들이 저마다 고백의 소리를 하고도, 그 상처와의 이별을 끝내지 못한 이유란, 그랬다, 자신도 모르게 나를 위해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이리라. 내가 생존해야 다른 이들이 있으리란 변하지 않는 사실 때문이리라. 지금도 내 숨결을 확인하면서 전철 옆 사람들을 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리라. 삶은 서로 비교하지 않을수록 빛나기에.

이제 다시 짧은 약속을 해야 할 시간이다. 혹여 전철 출구에 올라 플라타너스 가로수를 지나칠 적, 문득 내게서 나오는 내 바람자락으로 인해 흔들리는 이파리 하나가 바로 나로다 하는 약속. 그런 다음 이도 무심코 지나쳐야 한다는 약속. 이제 누굴 봐도, 잎 하나 사람 옷 한 자락 하나 지나쳐도, 잎이라고 옷자락이라고 서로 비교하지 말자는 약속도 해야 한다. 그냥 웃기만 하자는 이 약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