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을 배 안에서 '한 우물'… 상무 의자에 앉다

"(제가 임원이 된다는 건)상상도 한번 못 해봤습니다.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기술직으로 처음으로 중책을 맡게 해주셨는데,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이 앞서네요."

현대중공업그룹 최초의 생산직 출신 임원으로 16일 발탁된 노동열(58·사진) 상무보는 "상상도 못 해본 일이었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부터 만 40년 전, 그는 울산공고 기계과 3학년 때 현대중공업 훈련소 9기로 입사했다. 울주군 온양읍 출신인 그는 "보리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회사에 들어와 처음 세끼 흰쌀밥과 소고깃국을 먹어봤다"며 "한 번도 못 먹어본 기름진 고깃국을 먹고 설사로 고생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1974년 품질관리부에 입사해 40년 동안 한 우물을 판 이 분야 최고 전문가로 현대중공업 생산직 근로자 가운데 최고 직급인 유일한 '기정(技正)'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LNG(액화천연가스)선을 비롯해 각종 선박과 특수선이 그의 손을 거친 뒤 고객에게 인도(引渡)됐다. 배를 만드는 공정 과정과 제품에 대한 검사 업무를 꼼꼼하게 수행해 고품질(高品質)의 선박을 계획된 일정 내에 인도해 현대중공업이 세계 1등 조선소로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수검사원상·품질개선공로상·우수관리자상 등 회사로부터 9차례 상(賞)을, 선주(船主)회사 사장으로부터 감사패도 각각 받았다. 그는 문제점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배 종류별 예방관리 목록을 비디오테이프로 만드는 등 자신의 기술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적극 전수했다. 최근에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드릴십(원유시추선) 품질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