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의 산실 '운림산방 4대전'

"압록강 동쪽으로 소치(小癡)를 따를 만한 화가가 없구나."

조선 후기 서화가 소치 허련(許鍊·1808~1893)을 두고 스승인 추사 김정희는 이렇게 극찬했다. 추사가 타계하자 소치는 고향 진도로 내려가 창작에 매진한다. 진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첨찰산(485m) 아래에 자리한 운림산방은 소치가 37년간 살며 그림을 그린 화실. 이후 소치의 화맥은 2대인 미산(米山) 허형(許灐), 3대 남농(南農) 허건(許楗)과 임인(林人) 허림(許林), 4대 임전(林田) 허문(許文·73·운림산방 명예관장)으로 이어진다.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21일까지 열리는 '붓질 오십년'전은 임전 허문 이 자신의 화업 50년을 정리하는 회고전이자 선대의 작품들을 한데 모은 '운림산방 4대전'이다. 임전은 소치 허련의 증손자이자 임인 허림의 아들. 구름과 안개의 화가로 알려진 임전은 '운무(雲霧)산수화'라는 독창적 화풍을 일구었다.

출품작 50점 중 35점이 그의 산수화, 나머지는 운림산방 1~3대의 작품이다. 임전은 "내 조카 4명도 한국화를 하고 있으니 운림산방은 200년간 5대에 걸쳐 9명의 화가를 배출한 산실"이라며 "운림산방의 화맥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좋은 기회"라고 했다. (02)733-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