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가야할 길… 건축으로 보여주다

이제 도시는 '양'보다는 '질'을 논하는 시대다. 인구 수가 아니라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살기 편하냐가 '좋은 도시'를 가늠하는 잣대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9월 서울시는 총괄건축가 제도를 만들고, 건축가 승효상씨를 초대 건축가로 임명했다. "메가 시티(mega city)가 아닌 '메타 시티(meta city)'를 지향하자." 승씨의 취임 일성이었다. "메가 시티는 수치적으로 규모가 크고, 인구가 많은 거대 도시를 의미하는 반면, 메타 시티는 공존, 관계성에 보다 집중한 '성찰적 도시'"라는 설명이 더해졌다.

지난 17일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디자인전시관'에서 개막한 '서울, 공감의 도시 건축(Seoul, Towards a Meta City)'전은 느리게 걷기로 작정한 서울시가 보여주는 서울의 공공 건축 이야기이다. 서울시 산하기관이자 DDP 운영 주체인 서울디자인재단에서 기획했다. "전문가와 시민 사이의 접목 지점으로 삼은 전시"라는 총괄 기획자 김영준(건축가)씨의 말대로 서울시가 펼치는 각종 공공 프로젝트를 다뤘다. 건축가 18명이 11개 소주제로 나눠 전시를 만들었다.

한때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추진됐다가 무산된 노들섬을 조명한 프로젝트 '노들섬 전문가 스케치'가 눈에 띈다. 지난해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일본 건축가 이토 도요와 김인철, 조민석 등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이 바라는 노들섬의 미래가 작은 도화지 한 장에 펼쳐진다. 젊은 건축가들이 한강변 개발에 대해 아이디어를 낸 '한강건축상상', 우체국처럼 동네에 들어선 작은 공공 건축을 다룬 '동네방네' 등의 섹션도 있다.

전시장을 채우는 건 설계 모형과 이미지다. '체험하는 전시'를 원하는 이들에겐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공공건축가 단체(MAS)가 기획한 섹션에 이르러서야 공기를 불어넣은 에어벌룬에 누워 마드리드의 건축물 영상을 감상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2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