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상품 '10초 完販(완판)'… 증권사 아침부터 청약전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2.0%까지 떨어뜨리면서 명실상부한 '초(超)저금리 시대'가 열렸다. 한은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인 2009년에도 2%로 떨어진 적이 있었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은행들이 예금 금리는 연 3~4%, 저축은행과 같은 2금융권 예금은 연 5~6%를 유지했기에 초저금리를 실제로 체감한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2014년판 저금리는 은행 예금 1%, 2금융권 2%까지 끌어내리면서 투자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하지만 도전이 있으면 응전(應戰)도 있는 법. 투자금이 많지 않은 개미투자자들은 과거에 가입했던 고금리 상품 재활용하기, 숨어 있는 0.1%를 챙기기 위한 이삭줍기식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고, 투자금이 제법 큰 중산층 이상 투자자들은 정기예금 금리+ 알파(α)의 수익률을 찾아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있다.

◇돈 되는 상품은 10초 만에 완판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유안타증권 지점은 초저가 비행기표 예약센터를 방불케 했다. 최소 연 2%는 무조건 보장되고 최대 10%대 수익이 기대되는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증권(DLS)에 가입하기 위한 클릭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펀드 규모가 26억원으로 작으면서 선착순으로 마감되다 보니, PB들이 번개처럼 빨리 청약 신청 버튼을 눌러야만 물량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전 8시가 되자마자 지점 내 PB 10여명이 부지런히 엔터 버튼을 눌러댔지만, 청약에 성공한 번개맨 PB는 딱 1명에 그쳤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오전에 청약 신청을 받자마자 10초 만에 마감됐다"면서 "한도가 마감되어 더 못 들어오게 막았지만 신청이 계속되면서 최소 100억원은 넘게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을지로 등 일부 지점에는 고객들이 새벽부터 직접 지점에 찾아와 진을 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숨어 있는 이삭줍기

저금리로 수익 내기가 어려워지자, 아주 작은 틈새 수익이라도 챙기려고 신발끈을 동여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대우증권은 이달 초 주식 대여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1주일 만에 650억원어치 자금이 들어왔다. 주식 대여 서비스란, 개인 투자자가 보유 중인 주식을 증권사를 통해 기관에 빌려주고 수수료(평가액의 연 1~8%)를 받는 제도를 말한다. 김규범 대우증권 부장은 "증권사와 약정만 맺어도 0.02%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서 주식을 그냥 놀리느니 남에게 빌려주고 수수료나 받겠다며 문의가 꾸준하다"면서 "예전이라면 관심 없었던 수익원이지만 워낙 저금리다 보니 투자자들이 새롭게 관심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금리 시기엔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주는 상품으로 갈아타는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회사원 최석원씨는 최근 자녀 유학 자금으로 모으는 달러통장을 은행에서 증권사로 옮겼다. 최씨는 "은행 달러예금은 금리가 0.1% 정도인데 증권사에 맡기면 최대 0.9%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갈아탔다"고 했다. 우리투자증권·대우증권 등에서 은행의 달러예금과 유사한 달러RP(환매조건부채권)를 판매하고 있는데 가입 문의가 늘면서 한도가 거의 꽉 찼다.

◇과거 고금리 상품 100% 활용

전문가들은 예전에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시절에 가입했던 금융상품을 뒤늦게 '재활용'하는 전략도 활용해볼 만하다고 권한다. 오래전에 최저 보증 이율이 연 4%대로 높았던 저축성 보험에 가입했던 사람은 기존 납입액과 별도로 추가 납입을 해서 수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주부 이모(40)씨는 "3년 만기에 연 4%대 금리를 주는 적금에 가입만 해놓고 방치해 뒀는데, 뒤늦게 생각이 나서 지금은 한도를 꽉 채워 넣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