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0.21 10:21

지역주민이 바라보는 귀농귀촌이란?

부안 농민회 김상곤 회장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지난 해에 만났던 김상곤 회장의 모습을 생각하니, 입가에는 웃음부터 번졌다. 사람 좋아 보이는 너털웃음, 햇빛에 그을린 건강한 얼굴. 그를 만나기로 한 부안군 내 상설시장. 그 한가운데서 멋쩍은 듯 손을 뻗어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오랜만에 본 김상곤 회장은 웃음도, 신념도, 모두 예전 그 시절 그대로였다. 우리는 그와 몇 가지 담소를 나눈 뒤, 본래 그를 찾아온 목적으로 돌아가 인터뷰를 시작했다.


김상곤 회장은 누구?

부안군 농민회 20기를 이끌고 있는 김상곤회장은 농업과 농민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 칭하며 점점 소외되어가는 농업과 농민들을 지키고자 한다고 했다. 대중속의 농업, 협력과 소통의 창구가 되는 농민. 이 중심을 지키는 김상곤회장에게 지역주민이 바라보는 귀농귀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Q. 농민들이 생각하고 바라보는 귀농귀촌이란?

사실, 귀농귀촌이란 말 자체가 분란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지역주민과 귀농귀촌인은 살아가는 방식부터 생각, 의식, 적응력의 차이가 너무도 다릅니다. 일단 농촌으로 들어오려면 농촌에 스며드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귀농귀촌인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편견이라고만 여기고, 자신이 살아온 방법만 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눈으로 보는 경험치는 필요치 않습니다. 농촌에서 살려고 마음먹었으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님 말고’의 의식으로는 안 됩니다. 귀농귀촌인들이 먼저,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이야기 해 주면 농민들은 절로 마음을 열게 됩니다.


Q. 귀농귀촌자들의 인구유입이 증가하면서,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A.
지역공동체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지역공동체를 비판적으로만 보아서는 안되겠지요. 무조건 잘 된 사례만 보아서도 안 됩니다. 본인이 직접 마음의 문을 열고, 지역공동체에 합류가 되어야 합니다. 귀농귀촌인들이 지역공동체와 함께하려면 지역주민과의 수많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워밍업이 필요한 것이지요. 현재 부안군귀농귀촌협의회도 농민회와 연계되어 있습니다. 서로 상생하기 위해서지요.


Q. 마을에서 귀농귀촌자들을 맞는 대안이 있다면?

A. 무조건적으로 돕는 게 아니라 품목, 하우스별로 경력자들이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재배작물에 대한 홍보가 필요할 때는 성공멘토를 통해 SNS를 활용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러려면 먼저 품목선택을 하는 게 필요하겠지요. 지역주민들은 귀농귀촌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멘토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원주민과 마을에 흡수되려는 귀농귀촌자들의 노력과 마음열기가 먼저 필요할 것입니다. 귀농귀촌자들은 무턱대고 마을에 들어올 게 아니라 최대 3년동안은 빌려쓰기를 권장합니다. 주거공간은 물론 필요하겠지만, 귀농귀촌을 위해 집을 지을 생각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땅이나 집이 먼저 필요한 게 아니라, 정착하려는 마음이 더 먼저 있어야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지역주민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Q. 귀농귀촌희망자들을 위해 행정과 지원센터 등 관련기관이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부안 농민회 김상곤 회장

A. 행정의 의지력이 있어야 합니다. 부안군에는 귀농귀촌TF팀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함께 하는 주민들과 리더가 있어야 마을이 삽니다. 마을에 사람이 있어야 지역이 삽니다. 결국 지역을 살리는 것은 사람입니다. 사람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계와 연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특색 있는 귀농귀촌학교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공동체적인 개념을 중심으로 지역의 4계절을 직접 맞으며 농촌을 아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숙박시설이 필요하겠지요. 유휴시설을 발굴해 그에 대한 리뉴얼이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지자체에서 직접 풀어줘야 할 것입니다.

또, 귀농귀촌에 대한 정확한 포인트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목적이 없이는 모든 게 불가능합니다. 귀농귀촌에 대한 목적을 정확히 두고, 지원이나 인구유입에 힘을 써야 할 것입니다. 자주 발생되는 유턴현상을 막고 도시로 나간 이들이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특히 2030세대를 위한 정착의지 프로그램이 절실할 듯 합니다.


Q. 귀농귀촌자들을 위한 농촌교육의 대안을 생각한다면?

A. 부안에는 꽤 유명한 '변산공동체'가 있습니다. '변산공동체'는 농사와 교육을 병행하는 생산공동체이자 교육공동체입니다. 이 공동체는 삶터와 일터가 곧 배움터이며 자연과 부모를 포함한 마을 어른이 스승이라는 ‘변산공동체학교’를 꾸리고 있습니다. ‘변산공동체학교’에서는 스스로 앞가림을 하게 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합니다. 이 공동체가 살아남은 이유는 바로 교육 부분이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층의 귀농귀촌자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다시 도시로 나가지 않도록 행정에서의 노력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농촌에 거주하면서 농촌관련대학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연계프로그램이라든가, 농촌가정의 자녀들에게 주어지는 장학금 등 기본 정책들이 있어야 농촌의 교육도 지속될 것입니다.

지금은 단순히 사람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유통부터 가공, 체험까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업에 대한 차별화된 교육지원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귀농인들은 복합영농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처음엔 농사에만 전념하는 게 아닌, 투잡을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농촌경제의 원동력이 되는 협력 동반자가 된 귀농귀촌인들은 그만큼 지역에 물들기도 쉽습니다. 사람이 있어야 지역이 성장하고 공동체가 유지됩니다. 그러기에 귀농귀촌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지요. 농업과 농촌은 자립적이어야 합니다. 이 중심이 흐트러지면 안 되겠지요. 때문에 귀농귀촌자들은 정확히 지역을 알고 와야 하고, 경험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행정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귀농귀촌자들이 지역을 알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특히 교육과, 품목별 멘토, 유휴시설을 활용한 거주공간 등을 지원해 주면, 귀농귀촌자들은 농촌에서 살아가는 훈련을 통해 자립이 더 쉬어질 것입니다.


자료제공·전라북도 귀농귀촌 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