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만 남은 선비… 氣에 눌려볼 텐가

남자는 정면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잡티 없이 또렷한 동공과 홍채, 치켜 올라간 눈썹과 굳게 다문 입, 한 올 한 올 묘사된 무성한 수염…. 그림이 뿜어내는 기세에 어쩐지 으스스한 느낌마저 든다. 국보 제240호인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1668~1715)의 '자화상'. 윤두서의 엄정한 성격과 기개를 엿볼 수 있는 한국 초상화의 대표작이다.

얼굴만 허공에 붕 떠 있어 강렬하다. 원래 도포 차림의 반신상으로 그려졌으나 세월이 가면서 닳아버린 것. 적외선 투시 결과 눈으로 보기 힘든 옷깃과 옷 주름 선이 어깨 부분에서 확인됐다. 얼굴 윤곽과 턱밑의 긴 수염, 얼굴 옆 구레나룻과 귀까지 세밀하게 묘사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조현종)이 가을 기획특별전으로 '공재 윤두서'를 연다. 21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윤두서를 필두로 그의 아들 낙서(駱西) 윤덕희(尹德熙·1685~ 1776), 손자 청고(靑皐) 윤용(尹熔·1708~1740)에 이르는 윤두서 일가 3대의 서화 세계를 조망한다. 윤두서의 가계와 생애, 작품을 비롯해 윤덕희·윤용의 서화, 윤두서 일가의 회화가 후대에 미친 영향까지 두루 살펴본다.

호에 '재(齋)' 자가 들어가는 조선의 대표화가 세 사람, 곧 '삼재(三齋)' 중 한 명이 윤두서다. 박물관은 "윤두서는 조선 후기 회화사의 시작을 알리는 시대의 선구자"라며 "조선 중기와는 달리 사생과 관찰을 중시하는 사실주의적인 회화관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국보 제240호 '자화상'을 비롯해 보물 제481호 '가전보회(家傳寶繪)'와 '윤씨가보(尹氏家寶)', 윤두서의 또 다른 명작인 '노승도', 녹우당에서 빌려온 각종 그림과 서책, 인장 등 200여 점을 선보인다. 내년 1월 18일까지. (062)570-7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