商高 출신 '오뚝이' 회장, KB 3大 과제 해결해야

윤종규〈사진〉 회장 내정자를 새 사령탑으로 한 KB호(號)가 곧 출범한다. 윤 내정자는 지난해 국민은행장 선거에 나섰다가 이건호 전 행장에게 밀린 지 1년 3개월 만에 회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하게 됐다. 상고 출신으로 오뚝이 인생을 살아온 윤 내정자는 국내 대표 금융지주 회장에 등극함으로써 입지전적 경력의 대미를 장식하게 됐다.

광주상고 출신으로 외환은행에 입행한 윤 내정자는 은행원 시절 성균관대를 입학했고,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했다. 행정고시에도 합격했지만 시위 전력이 문제가 돼 공무원행은 좌절됐다. 삼일회계법인 부대표까지 지내다 고(故) 김정태 전 행장 눈에 띄어 국민은행에 발을 디뎠다. 김 전 행장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 '상고 출신 천재'였다. 전문가들은 윤 내정자가 KB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3가지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조에 발목 잡히지 말아야

국민은행 노조는 회장 인선 레이스 초반부터 KB 출신이 회장이 되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했는데, 이번에 뜻대로 됐다. 노조는 일부 KB 출신 회장 후보를 만나 주요 보직에 채널 1(국민은행 출신), 채널 2(주택은행 출신)를 적절히 배치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도 아니면서 은근히 인사 지분을 요구한 셈이다.

윤 내정자는 순수 국민은행 출신은 아니지만, 5년 8개월 동안 근무해 4명의 회장 후보 중 가장 KB 색깔이 강했다. 지난 22일 윤 내정자가 회장 후보로 발표될 때 국민은행 노조가 즉각 환영한 이유이다. 윤 내정자가 노조에 발목을 잡힐 경우 개혁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이 점은 윤 내정자도 의식하고 있다. 윤 내정자는 "선거 초기에 국민은행 노조에서 만나자고 연락 왔을 때 '만날 이유가 없다'며 거절했다"며 "노조와는 늘 대화하겠지만 적절한 거리를 두겠다"고 했다.

◇채널 문화 없애고, 인적 쇄신해야

윤 내정자는 주택은행 출신이었던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발탁으로 부행장으로 입성해 주택은행 출신으로 구분된다. 그는 "KB 가족과 함께 한마음 한뜻으로 화합을 이루겠다"고 말해 민감한 채널 다툼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윤 내정자가 원만한 인품을 가졌지만, 채널 파괴를 위해선 CEO로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특히 KB사태를 겪는 과정에서 갈등과 줄 대기가 심각해진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임원들의 경우 대폭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차기 회장 승계 프로그램과도 관련이 있다. KB 정상화를 위해서는 회장이 행장을 당분간 겸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윤 내정자는 "인사는 실적과 실력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현 사외이사들 물갈이해야

KB금융의 사외이사 9명은 KB사태로 그룹이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회장과 은행장의 동반 퇴진 사태를 낳았지만 현재까지 주주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고,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사외이사도 없다. 현 사외이사 중 일부는 윤 내정자가 지주 부사장으로 일할 때 얼굴을 맞대고 일했던 인사들이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그대로 남을 경우 KB금융의 새로운 변화는 시도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권 인사는 "회장에 취임하는 윤 내정자가 새로 시작하는 KB를 위해 사외이사들을 설득해 자진 사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