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가계부 점검] 최대 30% 깎여 지급… 은퇴 후 소득공백 미리 준비해야

최근 조기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조기노령연금이란, 정상적으로 받을 국민연금을 최대 5년 앞당겨 받는 것을 말한다. 현재 국민연금에서는 수급자들의 나이가 61세가 되었을 때부터 연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조기노령연금은 수급자가 56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노령연금 수급자 285만명 중 14.7%인 42만명이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해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 지난 2009년 18만4000명과 비교하면 5년 새 조기노령연금 수령자는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약 20% 정도 증가한 노령연금(조기노령연금 제외) 증가 속도와 비교했을 때 매우 가파른 상승세다. 일종의 변형된 국민연금 제도인 조기노령연금, 조기노령연금은 신청하는 것이 유리한 걸까.

◇최대 30% 깎이는 '손해 연금'

조기노령연금은 수급 개시 연령을 한 살 당길 때마다 연령별 지급률이 6%씩 줄어들어 55세에 수령하게 되면 최대 30%까지 지급액이 깎인다.

예컨대 55년생 A씨를 예로 들어 보자. A씨가 만 61세에 국민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한다면 매달 약 113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A씨가 은퇴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만 58세부터 조기노령연금을 받겠다고 신청하면 매달 약 92만원으로 줄어든다. 통계청 생명표(2013)에 따라 55세의 기대수명(83.7세)을 고려한 총액으로 따지면 조기노령연금을 받을 때 현재 가치 기준으로 약 1500만원을 손해 본다. 결과적으로 조기노령연금은 노인들의 생활에 당장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보게 돼 있다.

이렇게 손해 보면서까지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는 이유는,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만 60세가 되기 전까지 생활하기가 빠듯해서다. 현재 우리나라 주된 일자리의 평균 은퇴 연령은 53세인데, 직장에서 은퇴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까지는 소득 공백이 생기다 보니 조기노령연금 수요가 높아지는 것이다.

◇기대수명 길수록 불리

조기노령연금은 연금을 받는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연금액이 깎이게 된다. 일찍 받는 기간 1년마다 6%씩 깎인다. 연금액은 깎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기노령연금이 무조건 불리한 것은 아니다. 만약 기대수명이 73~80세보다 짧은 경우라면 오히려 유리하다.

예컨대 59세에 조기노령연금을 타기 시작하는 사람의 경우, 대략 77~80세가 손익 분기 수명(연금의 조기 수령이 정상적인 연금 수령보다 유리한 최저 사망 나이)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길어진 고령화 사회에서는 연금을 정상적인 수령 시기부터 받는 것이 현명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55세인 사람이 75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81%에 달하고, 85세까지 생존할 확률 역시 67%로 높은 편이다. 국민연금은 일반 금융상품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은퇴 준비를 할 수 있으며, 물가 상승 위험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의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을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이기에 단연 최고의 은퇴 자산이다.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기보다는 정년퇴직 후 국민연금 수급 연령까지 일정한 소득 흐름을 창출할 수 있도록 은퇴 자금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