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재테크 엄동설한… 방망이를 짧게 잡아라

예금 금리 연 1% 시대의 막이 올랐다. 한국은행이 제시하는 기준금리가 연 2%까지 내렸고, 시장금리마저 떨어지자 은행들도 잇따라 예금 금리를 내리고 있다. 1년짜리 정기 예·적금 중에서는 금리가 연 1%대에 그치는 상품도 속출하고 있다.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까지 고려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돈을 맡겨도 손해 볼까 걱정해야 하는 재테크 혹한기가 찾아온 것이다.

머니섹션 M플러스는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에서 VIP 고객 자산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사령관들에게 저금리 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재테크 전략을 들어봤다.

이병용 국민은행 WM사업본부장, 유동욱 신한은행 IPS본부장, 김옥정 우리은행 WM사업단장, 이형일 하나은행 PB사업본부장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큰 한 방 대신 방망이를 짧게 잡고 안타를 노려야 한다"며 저금리 서바이벌 키트에 절세·중위험·중수익 상품을 꼭 넣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금리 이겨낼 키워드 '절세·중위험·중수익'

저금리 시대를 맞이하면서 국내 자산관리 명인 4인이 제시한 공통 키워드는 '중위험·중수익'이다.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에 고르게 배분하며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용 본부장은 "기초자산이 이자·배당 등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도 어느 정도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추천 상품은 국내혼합형펀드, 멀티인컴펀드, 헤지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예금보다는 기대 수익이 높으면서도 주식보다 투자 위험도가 낮은 상품이었다. 김옥정 단장도 "저금리 시대라고 해서 무조건 안정만 추구하면 높은 수익과 멀어진다"며 혼합형펀드와 인컴펀드, 주식형펀드, 원금비보존형 주가연계펀드(ELF) 등의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추천했다.

절세형 상품도 저금리 시대에 돈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상품으로 꼽혔다. 유동욱 본부장은 "세제 혜택이 있는 금융상품은 세후 실질소득을 감안할 때 기대 수익이 훨씬 높다"면서 "목돈 운용 투자자라면 1인당 2억원 한도인 비과세 보험과 10년 이상 장기 투자할 경우 분리과세가 가능한 국공채, 향후 장기적인 물가상승 위험을 방어할 수 있는 물가채권 등 절세 상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나치게 안정만 추구하는 전략보다, 자산가치가 떨어졌을 때 주식을 사들여 미래 수익을 노릴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형일 본부장은 "지금처럼 금융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자산군을 탄력적으로 배분해 수익 달성의 기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주식시장이 급등락할 경우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수준인 주식을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PBR이 1배라는 말은 한 주당 가격이 한 주당 순 자산과 같은 수준이라는 뜻이다. 주가가 저평가됐을 때 주식을 조금씩 분할매수해 향후 시세차익을 노리라는 권고이다.


◇"주택은 주거용, 투자는 '수익형 부동산'"

저금리 시대의 부동산 투자 전략에 대해 4대 은행 전문가들은 '수익형 부동산'에 길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주택·토지 투자보다는 안정적으로 현금수익을 낼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이다. 이병용 본부장은 "주택은 거주 목적으로 접근하고, 안정적인 월세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중심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현재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힘입어 주택 매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월세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양상으로, 주택 가격이 급락하진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형일 본부장도 "임대 수익을 창출하는 수익형 부동산은 오피스텔과 단지내 상가, 도시형 생활주택, 레지던스, 비즈니스호텔 등 다양한 유형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다만 최근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가 뜨거운 만큼, 투자에 앞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김옥정 단장은 "경제가 안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부동산 입지와 임차 수요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유동욱 본부장도 "수익형 부동산은 대학생보다는 직장인이, 개인보다는 법인이 임차인일 때 더 안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하고, 부동산이 위치한 상권의 특성과 추세를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기대출자, 장기고정금리로 갈아타라

전문가들은 과거에 고금리 고정금리대출을 받은 대출자에게 지금 시점에서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것을 권했다. 올해와 같은 저금리 상황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지겠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금리 인상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병용 본부장은 "국내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내년 6월 이후 인상할 것으로 관측돼 내년 하반기부터는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에 받았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갈아타되, 앞으로 금리 인상을 감안해 장기고정금리로 대출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새로 단기대출을 받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변동금리가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형일 본부장은 "내년부터 FOMC의 출구전략이 시작되더라도 국내 경기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금리가 오르는 데에는 어느 정도 시차가 발생할 것"이라며 "단기대출이라면 일반적으로 고정금리보다 약간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 목적으로 대출을 받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유동욱 본부장은 "아무리 대출 금리가 낮아도 예금 금리보다는 높은데, 확률적으로 대출 금리 이상의 투자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방법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며 "실수요 목적의 대출 외에 투자를 위한 대출은 금물"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