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가 만난 고수] "개미들 웹사이트 게시글 분석… 어떤 주식이 꼭지인지 알 수 있어"

오를 땐 오르는 주식을 사두고, 내릴 땐 내리는 주식을 미리 빌려 판 덕분에 언제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던 '롱숏 펀드' 광풍이 잦아들고 있다. 유명 운용사들이 앞다퉈 내놨던 상품들이 올 들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중이다. 국내 시장이 좁아서 그렇다며, 주변국까지 범위를 넓힌 글로벌 롱숏 상품도 잇따라 출시됐지만, 잘해봐야 0%대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게 대부분이다. 저금리 시대, 중위험 중수익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하려던 롱숏 펀드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일 삼성자산운용이 '아시아 롱숏' 펀드를 새로 들고 나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펀드의 설계와 운용을 책임지는 홍콩법인 성창환 이사는 "제대로 된 롱숏 펀드라면 어떤 경우에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기가 어렵다"며 "'진짜 롱숏' 펀드로 연(年) 8~9% 수익을 내겠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금융수학 석사, 경영과학 박사학위를 딴 성창환 이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최근 삼성자산운용에 스카우트됐다. 블랙록 홍콩에서도 롱숏 펀드를 운용했는데, 2008년 금융 위기, 유럽 재정 위기 때도 매년 안정적으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해 주목받았다. 과연 그가 운용하는 롱숏 펀드는 다를까.

―상당수 롱숏 펀드가 수익을 못 내고 있다. 무슨 수로 연 8~9% 수익을 내겠다는 것인가?

"기존 롱숏 펀드는 이름만 롱숏이지 실상 숏(공매도·주가가 떨어질 것이라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판 다음, 실제 값이 내려갔을 때 사서 빌려준 사람에게 사후 정산해 차익을 얻음) 비중이 매우 적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지수가 오를 때 펀드 수익률이 오르고, 지수가 떨어질 때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건 사실상 숏을 별로 안 한단 얘기다. 우리 펀드는 숏과 롱(매수)의 비중을 거의 50대50으로 맞췄다. 숏도 롱만큼 비슷한 비중을 가져가야 전체 시장이 출렁이는 위험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롱과 숏을 할 종목을 고르는 데 제약이 많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전문가도 많은데.

"그런 의견도 있지만, 그건 사실 유니버스(종목군)를 좁게 잡았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의 상장종목 1700여개 중 하루 평균 거래 대금 10억원 이상이고 2개 이상 증권사가 분석 리포트를 내는 종목을 추리면 300개다. 여기에 홍콩·싱가포르·대만·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주식까지 비슷한 기준으로 뽑으면, 롱숏할 만한 주식이 1400여개로 늘어난다. 이 중에 현재 사둬야 할 것과 공매도해야 할 것을 고르라면 상당히 고를 게 많아진다."

―현재 상황에선 어떤 롱숏 조합이 가능한가?

"중국 산업생산 증가율과 소매판매 증가율이 떨어져, 홍콩에 상장된 마카오 카지노 회사들의 주가가 하락 중이다. 특히 VIP 고객 비중이 높은 윈(Wynn)마카오 같은 회사 주식은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윈 마카오를 숏하고, 대신 중국 경기를 덜 타는 안정적 내수기반이 있는 말레이시아 젠팅(Genting) 카지노를 롱하겠다."

―퀀트(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객관적 수치만 이용하는 계량분석 금융기법) 전문가다. 퀀트 기법으로 어떻게 살 주식, 팔 주식을 골라낼 수 있는지 쉽게 설명해달라.

"기업의 순 운전자산(net operating asset)이 급증하는 경우, 앞으로 기업 실적이 불투명해질 것이란 신호이기 때문에 이 종목을 숏한다. 이익을 과대 계상하기 위해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으로 밀어내기 매출을 잡아놓는 경우가 이런 경우다. 장기적으로 탈 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 2010년 두산인프라코어가 그랬고, 2012년 SK C&C가 그랬다. 동종업계 경쟁 기업 대비 PBR(자산 대비 주가 수준)이 지나치게 높은지 등도 본다. 과도한 기대감은 실적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져 주가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종목 고르는 데 '빅 데이터'는 왜 필요한가?

"홍콩의 경우 기업 실적이 매우 좋아질 때나 크게 나빠질 때도 미리 공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공시 데이터를 취합해 분석 엔진으로 돌리면 롱과 숏을 할 주식을 뽑아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 웹사이트도 직접 가보고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다. 개미들이 게시글을 부쩍 많이 올리는 종목이 뭔지, 얼마나 자주 관련 글이 올라오는지, 그 내용이 어떤지 등을 패턴 인식 엔진으로 돌려보면 '아, 이 주식은 꼭지구나. 팔아야겠다' 이런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

―개미들이 와글와글 떠들면 '꼭지'라는 건, 세계 다른 나라 시장에서도 적용될 만한 글로벌한 법칙인가?

"그렇다. 군중심리(Herd Mentality), 즉 떼 지어 다니는 문화는 특히 중화권이 비슷하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가는 사이트도 분석하고, 나아가 검색 엔진의 검색어 빈도 등도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방법을 모아서 실패할 확률을 하나씩 줄일 때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

―세계 펀드매니저들이 선망하는 블랙록에서 국내 회사로 옮기면서, 특별히 회사에 요구한 게 있다면.

"(서울로 부르지 말고) 홍콩에만 있게 해달라고 했다. 펀드 운용은 아이디어 싸움이다. 새로운 데이터를 가지고 새로운 모델을 발전시켜야 더 좋은 성과가 나오는데, 운용에 집중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와 기회가 있는 홍콩에 있는 편이 훨씬 도움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