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부부의 살벌한 진실게임… 숨 가쁘게 지나간 149분

젊고 지적이며 아름다운 부부 닉(벤 애플렉)과 에이미(로저먼드 파이크)는 뉴욕에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낸다. 하지만 인쇄 매체의 쇠락 때문에 기자인 두 사람 모두 직장을 잃는다. 이들은 뉴욕을 떠나 닉의 고향인 미국 중서부 미주리 주의 한 시골 마을로 옮겨가고, 닉은 쌍둥이 여동생 마고와 술집을 차린다. 하지만 중서부의 경제 상황이 뉴욕의 그것보다 나을 리 없다. 부부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결혼 5주년에 에이미가 사라진다.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에이미의 일기장을 통해 이들 부부 관계에 대해 알게 되고, 닉이 에이미를 살해했다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원제 'Gone Girl')는 사라진 에이미의 행방을 찾는 스릴러로 시작하지만, 부부 관계에 대한 보편적인 성찰과 대담한 회의로 끝을 맺는다. 평균 50년 동안 함께 먹고, 자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배우자를 어디까지 알고, 이해할 수 있을까? 아내를 찾는 과정에서 닉은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되고, 자신의 비밀도 드러내게 된다. 닉은 에이미에게 이혼을 제안하며 "우린 서로 사랑했지만, 이젠 서로 증오하고, 해치고, 조종하려고 한다"고 한다. 하지만 에이미는 무심하게 대꾸한다. "그게 바로 부부야."

베스트셀러인 동명 원작 소설이 616쪽짜리인 탓에, 영화의 상영시간(149분)도 꽤 길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시계를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원작 작가 길리언 플린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원작의 정수(精髓)를 고스란히 살려냈다. 핀처 감독은 페이스북 창업자('소셜 네트워크')나 연쇄살인마('조디악' '세븐')를 다룰 때처럼 뜨거운 소재를 차가운 공기 안에 녹여내는 장기를 발휘한다. 살인 사건을 다루면서도 피 한 방울 보여주지 않고, 부부 관계를 이야기하면서도 시시콜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사랑과 전쟁'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줄거리와 캐릭터를 갖고서 그는 손가락이 베일 정도로 팽팽하게 당겨진 실 같은 스릴러를 만들어낸다. 이 스릴러의 부제는 '21세기 경제가 부부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다. 결혼을 앞둔 남녀에게만은 추천하지 않는다.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