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대형건물 봇물… 商圈변동 태풍 온다

서울 광화문 일대 스카이라인(skyline)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수십년 된 낡은 저층(底層) 건물들이 대거 헐리고 그 자리에 대형 빌딩이 속속 들어서면서 '오피스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각종 기업과 인력이 몰리면서 한때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빼앗겼던 비즈니스 중심지 위상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올 연말까지 연면적 25만㎡가 넘는 신축 빌딩이 추가로 완공되면서 공급 폭탄에 따른 공실률(空室率)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 빌딩 숲으로 변하는 都心

이달 24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그랑서울' 빌딩 지하 식당가. 점심 시간이 다가오자 근처 사무실에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로 곳곳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웬만한 식당은 20~30분씩 줄을 서야 했다. 직장인 정모(44)씨는 "2년 전부터 대형 빌딩이 계속 생기면서 점심 때마다 식당 잡느라고 전쟁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실제 2~3년 전부터 서울 종로 교보생명빌딩 뒤편의 옛 청진동 먹자골목 주변에 새로운 오피스 빌딩 타운이 형성되고 있다. 대부분 20층 안팎에 연면적도 5만㎡가 넘는 대형 건물들이다. 주한 일본 대사관 인근 중학동에는 트윈트리타워(지상 17층·연면적 5만여㎡)와 더케이 트윈타워(지상 16층·8만3000여㎡)가 들어섰다. 지난해에는 종로구청 맞은편에 시그나타워(지상 23층)가 문을 연 데 이어 올 초에는 광화문에서 가장 규모가 큰 '그랑서울'이 준공됐다. 지상 24층짜리 쌍둥이 건물 형태로 연면적(17만5537㎡)이 여의도 63빌딩(16만6000여㎡)보다 크다.

이 빌딩들에는 대부분 강남과 여의도에서 옮겨온 대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다. 그랑서울엔 GS건설과 동양생명, 시그나타워에는 라이나생명이 들어왔다. 더케이이트윈타워는 한국MS본사와 로펌, 트윈트리타워는 대림산업이 각각 쓰고 있다.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는 "이 빌딩들의 상주 인원만 1만명이 넘는다"면서 "도심 상권(商圈)과 서울의 업무 지형도를 바꿀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변 상권도 활기를 띠고 있다. 청진동 일대 식당과 카페 매출은 최근 1년 사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40%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대료가 동반 상승하면서 영세 음식점들은 도심 외곽으로 밀려나가고 있다.

◇공급 폭탄에 空室率 '걱정'

여기에다 올 연말까지 광화문 일대에는 대형 빌딩 3개가 추가 완공된다. 교보생명빌딩 바로 뒤편에 지상 24층 쌍둥이 건물로 연면적 10만㎡가 넘는 'D타워'는 준공 검사를 마치고 다음 달 정식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옆에는 KT가 신사옥으로 쓸 'KT올레플렉스'가 연내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에 한창이다. 그랑서울 빌딩 인근에는 신세계건설이 청진8지구를 재개발하는 오피스 빌딩(지상 24층)도 이르면 다음 달 공사를 끝낼 예정이다.

같은 서울 도심인 중구 저동의 시티센터와 서울역 맞은편 메트로타워도 리모델링을 마치고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연말까지 서울 도심에서만 연면적 25만㎡가 넘는 오피스가 새로 공급될 전망이다. 이는 최근 3년간의 1년치 전체 평균 공급량(30만㎡)과 비슷한 수준이다.

갑작스러운 공급 물량 증가로 말미암아 도심 오피스의 공실률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장진택 리멕스코리아 이사는 "일부 빌딩은 건축주들이 자사 사옥으로 쓸 예정이지만 공급이 워낙 많아 전반적인 공실률 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과 분당 등 수도권 신도시에서 올 4분기에 공급될 오피스 연면적도 총 50만㎡를 넘어 당분간 오피스 시장 전체가 공급 과잉에 시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오피스 빌딩 간 세입자 유치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미 일부 건물주들은 세입자에게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rent free)는 물론이고 인테리어 공사비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