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과 대작 사이, 틈새 공략한 '가을 코미디'

올가을 비수기 극장가에 코미디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주말 사흘 동안에도 한국 코미디 영화 3편이 데이비드 핀처의 신작 '나를 찾아줘'에 이어 나란히 2~4위를 차지했다. '명량'이 가고 연말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 대기하는 사이, 코미디가 틈새시장을 차지한 모양새다.

장진 감독의 휴먼 코미디 '우리는 형제입니다'가 관객 수 34만여명으로 관객 수 기준 2위를 기록했다. 어릴 적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목사가 돼 돌아온 형(조진웅)이 무당이 된 동생(김성균)과 재회하는데, 치매 증상이 있는 어머니(김영애)가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연기파 투톱 배우의 웃기고 울리는 연기와 찡한 가족 사랑 메시지가 감동 포인트. 이어서 올가을 극장가 승자인 로맨틱 코미디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관객 22만여명을 끌어모아 3위를 했다.

실제 에로영화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 스토리로 개봉 전부터 화제였던 '레드카펫'에도 12만여명의 관객이 몰리며 4위에 올랐다. 사는 게 팍팍한 요즘 젊은이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특히 조연 오정세의 진지한 듯 코믹한 연기가 영화의 맛을 잘 살려냈다는 평. 지난 16일 개봉한 프랑스산 코미디 '컬러풀 웨딩즈'는 피부색도 국적도 다양한 '베네통 사위들'을 맞게 된 가족 이야기로, 프랑스식 유머에 맛 들인 관객 총 17만여명(주말 9위·1만9000여명)을 동원하면서 선전 중이다.

가을 코미디 흥행은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5년간 가을(9월 첫째 주~11월 셋째 주) 흥행 성적을 살펴봐도 드러난다. 2009년엔 '굿모닝 프레지던트'(10월 22일 개봉)가 243만명을, 2010년엔 '시라노 연애조작단'(9월 16일 개봉)이 268만명을 모으며 가을 흥행 왕좌에 올랐다. 2013년에도 '스파이'(9월 5일 개봉)가 관객 341만명을 동원해 가을 흥행 2위였다. 올가을 흥행 비결로 '명량 피로증'을 꼽는 시각도 있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몰아붙이는 '명량' 등 블록버스터 후유증으로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코미디에 관객들이 끌린다"는 것이다.

계절적 요인 외에 영화 흥행을 좌우하는 포인트는 '등판 타이밍'. 내달 초 크리스토퍼 놀런의 '인터스텔라'가 어떤 파괴력을 보일지, 또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 이야기 '카트'(부지영 감독)나 설경구·박해일 투톱이 연기한 '나의 독재자'(이해준 감독)의 성적이 어떤지에 따라 코미디의 롱런 여부도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