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세계 증시 출렁출렁… 늘어나는 '변동성 투자'

개인 투자자 김성민씨(40)는 지난달 말 미국증시에 상장돼 있는 빅스숏텀퓨처스(VIX short term futures) 상장지수펀드(ETF)를 1000만원어치 매수했다. 빅스숏텀퓨처스 ETF는 증시가 큰 폭으로 출렁이면 출렁일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이른바 '변동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변동성이란 주식이나 채권 또는 상품의 가격이 움직이는 폭을 말한다. 빅스숏텀퓨처스 ETF는 미국 S&P500지수가 움직이는 폭을 지수로 환산한 빅스(VIX)지수의 배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ETF다. 김씨는 불과 일주일여 만에 30%에 가까운 수익을 남기고 매도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은 빅스숏텀퓨처스 ETF를 총 501만9000달러 규모로 매입했다. 약 53억원가량 매수했다는 의미인데, 해외증시 투자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최근 전 세계 증시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변동성 상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 역시도 변동성지수 선물을 다음 달 17일 상장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한 상품 개발자는 "지수가 출렁이기만 하면 수익이 나는 구조라 현재 상황에선 역설적으로 더 안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들어 살아나는 변동성

변동성은 2011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부진했다. 이는 중앙은행 위주의 주가 부양책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변동성이 커지려면 장차 경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몰라 투자자들의 판단이 크게 엇갈려야 하는데, 이 기간 동안엔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와도 중앙은행이 기다렸다는 듯 양적 완화(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것) 정책을 내놓아 투자자들 입장에선 주가가 크게 떨어질 일도, 반대로 오를 일도 없다고 생각하게 됐고, 이 때문에 그다지 증시 변동도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올 하반기 들어서는 변동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미 주가가 크게 올라 향후 더 오를 수 있을지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세계경제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굵직한 뉴스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다 유럽과 러시아의 가스전 갈등, 스코틀랜드 독립 이슈 등으로 증시의 등락 폭이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빅스숏텀퓨처스 ETF는 지난달 19일엔 17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16일엔 30달러로, 2배 가까이 치솟았다. 7월 초 10.32까지 떨어졌던 미국 빅스지수도 현재는 25~26을 기록 중이다. 또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7월만 해도 10까지 떨어졌다가 이달엔 17~18에서 움직이고 있다. 유로존의 변동성지수도 지난 7월 초 이후 35% 가까이 올라 2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빠르면 연내 코스피200 변동성 투자 상품 나올 듯

변동성은 투자처로 매력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단 변동성은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는 것을 예측할 필요 없이 대형 사건(빅 이벤트)에 맞춰 투자가 가능하다. 금리 인상이나 경제지표 발표 때 단기 투자도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석진 원자재해외투자연구소장은 "변동성이라는 것이 완벽한 투자 상품은 물론 아니지만 예전에 생각 못했던 다양한 투자처가 생긴다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 17일 한국거래소가 변동성지수 선물을 상장하면 국내에서도 비슷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변동성지수 선물은 선물이다 보니 개인 투자자 참여가 쉽지 않지만, 적지 않은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가 관련 ETF나 상장지수증권(ETN)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의 상품 설계 담당자는 "그동안엔 변동성과 관련한 자산(선물)이 없어 상품을 만들 수 없었다"면서 "아직은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변동성을 기초로 한 여러 상품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미 거래소와 얘기가 된 증권사가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빠르면 연내 변동성 ETF나 ETN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