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에게는 연례행사처럼 여겨지는 김장. 하지만 연중무휴 김치와 함께하는 김치 명인에게 김치는 1년 365일 마르지 않는 이야기 보따리이자, 삶 그 자체였다. 그녀를 만나 특별한 김치 맛내기 비법과 김치에 얽힌 행복한 추억을 들어봤다.
맛의 비결은 좋은 소금과 젓갈로부터
특별한 노하우는 없지만 좋은 소금을 구해 보통 5년에서 7년씩 저장해놨다가 간수를 빼서 쓰고 있고요. 그다음으로는 젓갈에 공을 들이는 편이에요. 요즘엔 모든 면에서 풍요로워졌잖아요. 그래서 여러 종류의 젓갈을 만들어 써요. 오월에 새끼갈치가 나오면 그걸 통째로 넣어 젓갈을 담그고 그 외에도 황석어젓, 멸치젓, 새우젓 등을 직접 담가요. 갈치에는 지방질이 많잖아요. 그래서 머리만 잘라내고 나머지 몸통은 믹서에 넣고 뼈까지 완전히 갈아요. 그걸로 젓갈을 만드는데 그러면 김치가 한결 고소해지죠. 그리고 제가 요리학원을 하다 보니까 자투리 채소가 많이 생기는데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까워서 다시 마를 넣고 물에 끓여요. 그러고는 그 물로 풀을 쑤는 거죠. 풀도 그냥 찹쌀이 아닌 현미 찹쌀을 불려서 믹서에 갈아서 쑤고요. 이걸 넣으면 확실히 김치 맛이 더 풍부해집니다. 좋은 채소를 일부러 썰어서 사용할 필요는 없지만, 자투리 채소를 모아뒀다가 시도하는 건 좋은 것 같아요.
김치에 관한 감칠맛 나는 추억담
아버지는 전라남도 나주에서 이름만 대면 알 정도로 농사를 크게 짓는 분이었어요. 어머니는 요리 솜씨로 유명한 분이셨고요. 그래서 풍부한 식재료를 많이 접하며 자랐고, 어머니의 요리 솜씨를 자연스럽게 물려받을 수 있었죠. 집에는 항상 손님이 끊이지 않았는데, 보쌈김치 같은 거는 한꺼번에 150개, 180개 정도 담가서 아버지 손님들 상에만 올렸어요. 그럼 저는 밥을 안 먹고 아버지가 식사를 마치실 때까지 기다렸어요. 아버지가 남기는 보쌈김치를 기다린 거죠. 어머니의 보쌈김치는 양도 그렇고 레시피도 요즘 보쌈김치랑은 좀 달랐어요. 지금보다 크기가 두 배는 컸고, 배뿐 아니라 사과도 넣고 굴비를 꼭 짝으로 사다가 포를 떠서 김치 사이사이에 넣으셨는데 정말 특별한 맛이었죠. 황석어 백김치는 볼 때마다 고구마가 함께 떠오르는데 눈발 날릴 때 황석어 백김치와 찐 고구마를 함께 별미로 먹으며 자랐죠. 또 전라도에서는 김장을 할 때면 기본적으로 깍두기, 파김치, 배추김치, 물김치, 나박김치는 꼭 담았어요. 그런데 김장날은 저녁에 밥을 하기 피곤하니까 점심때 미리 밥을 해둬요. 그러고는 저녁에 김치가 완성되면 앞집, 뒷집, 옆집에 월세 사는 사람들까지 다 불러서 방금 담근 다섯 가지 김치를 찬밥과 함께 먹곤 했어요. 김장날은 그 동네 잔치나 마찬가지였던 거죠.
주부들에게 전하는 김치 명인의 당부
일주일만 배워도 겉절이, 깍두기, 열무김치, 얼갈이김치, 물김치 정도는 충분히 직접 담가 먹을 수 있어요. 근데 다 비슷비슷한 맛을 내는 시판 김치에 너무 의존하고 사니까 정말 안타깝더라고요. 또 김치를 3개월에 한 번씩 담가 먹는 게 효소 섭취 측면에서 가장 좋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1년에 김치를 한 번만 담그려고 할 것이 아니라 절기별로 나오는 제철 채소를 가지고 1년에 네 번은 김치를 담가 먹었으면 좋겠어요. 김치를 오래 보관하면 효소가 많이 사라져버리니까, 가장 맛있을 때 이웃들과 나눠 드세요. 추가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김칫국물을 하수구에 쏟아버리는 분들이 너무 많은데 정말 말리고 싶어요. 우선 김칫국물이 섞인 물이 희석되려면 깨끗한 물이 얼마나 많이 필요하겠어요. 그리고 김칫국물은 요리할 때 무척 유용한 재료가 되기도 하거든요. 김칫국물이 없으면 순두부찌개, 부대찌개도 맛이 없어요. 또 편육을 삶을 때에도 김칫국물을 활용하면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봄에 깻묵장을 할 때 사용해도 정말 좋고요. 그러니 김칫국물만 따로 모아서 병에 담아놓고 살림을 하시길 권하고 싶어요. 김치는 정말 하나도 버릴 게 없는 귀한 식품이거든요.
눈으로 한 번, 입으로 다시 한 번 즐기는 아름다운 명인의 김치 4
1. 황석어젓 백김치
재료 배추 2통(8쪽), 무 1개, 당근 2개, 홍고추 4개, 쪽파 200g, 갓 200g, 불린 청각 50g
절임물 천일염 2½C, 물 2L
양념 새우젓 100g, 황석어젓 500g, 생강 2쪽(30g), 마늘 10~12쪽, 끓인 찹쌀풀 4C
육수 북어 머리 6개, 고추씨 1C, 다시마 20cm 1장, 끓인 물 2L
만드는 법
1. 소금물에 배추를 약 10~12시간 동안 절인다.
2. 절인 배추를 씻어 물기를 뺀다.
3. 황석어젓에 물 1L를 부어 끓인 후 체에 밭친다.
4. 무, 당근, 홍고추, 쪽파, 갓을 3cm 크기로 썬다.
5. 생강, 마늘을 채썬다.
6. 청각 불린 것은 1cm 간격으로 썬다.
7. 위의 양념 재료를 모두 섞어 절인 배추에 소를 3군데로 나눠 넣고 끈으로 묶는다.
8. 육수 재료를 넣은 물을 끓여서 식힌 뒤 백김치에 붓는다.
9. 항아리에 담아 1개월 숙성 뒤 먹는다.
2. 비늘 김치
재료 절인 배추 겉잎 10장, 동치미 무(小) 10개, 무 3개, 무청 속잎 600g, 쪽파 100g, 청각 불린 것 50g, 미나리 200g, 배 1개
절임물 물 4L, 천일염 4C
양념 새우젓 1C, 까나리액젓 ½C, 다진 마늘 ⅓C, 다진 생강 ¼C, 끓인 찹쌀풀 3C, 고춧가루 3C, 깨소금 ½C
만드는 법
1. 무를 씻어 소금물에 20시간 동안 담가둔다.
2. 다음 날 무를 씻어 칼집을 넣은 뒤 소쿠리에 담아놓는다.
3. 무와 배를 채썰기하고, 무청 속잎, 쪽파, 미나리는 3cm, 청각은 1cm 길이로 썬다.
4. 준비한 재료에 새우젓, 까나리액젓, 고춧가루 등 양념을 모두 넣고 잘 버무린 후 칼집 넣은 무에 넣어 절인 배춧잎에 하나씩 싸서 항아리에 담는다.
5. 15일 후부터 숙성되면 꺼내서 1~2cm 두께로 썰어 그릇에 담는다.
3. 개성보쌈김치
재료 절인 배추 겉잎 30장, 절인 배추 3통, 무(大) 1개, 굴 500g, 조기 10마리(300g), 낙지 3마리, 미나리 300g, 갓 300g, 실파 200g, 배 2개, 사과 2개, 밤 10개, 잣 2TS, 석이 조금
절임물 천일염 3C, 물 7~8L
양념 마늘 150g, 생강 100g, 고춧가루 2C, 새우젓 1C, 끓인 찹쌀풀 3C, 실고추 10g, 통깨 2TS
만드는 법
1. 소금물에 절인 배추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큰 잎은 보자기용으로 준비해두고 나머지는 3cm로 나박썰기한다.
2. 무는 배추와 같은 크기로 3x3x0.3cm 길이로 썰어 소금에 살짝 절인다.
3. 생굴은 소금물에 씻고 낙지는 소금물에 주물러 씻어 3cm 길이로 썬다.
4. 미나리, 갓, 실파는 3cm 길이로 썰고 배와 밤은 납작하게 썬다.
5. 손질한 석이와 대추는 채썰고 잣은 고깔을 떼놓는다.
6. 마늘, 생강을 채썰어 고춧가루, 새우젓을 섞어 양념을 만든다.
7. 큰 그릇에 배추와 무를 넣고 마늘, 생강, 새우젓, 양념을 넣는다.
8. 미나리, 배, 굴, 낙지를 추가로 넣고 살짝 버무리면서 소금으로 간을 맞춰 쌈김치 소를 만든다.
9. 보시기에 절인 배춧잎을 깔고 그 위에 7, 8의 김칫소를 가득 담고 밤, 대추채, 석이채, 잣, 실고추, 깨를 뿌려 하나씩 덮으면서 꼭꼭 눌러가며 덮어 싼다.
10.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고 시래기로 위를 덮어 웃소금을 뿌려 발효시킨다. 자연 발효 시 항아리에서 1개월간 숙성(12월)시킨 후 꺼내 먹는다.
4. 토종갓 쪽파 김치
재료 토종갓(붉은갓) 1단(1kg), 쪽파 1단(1kg), 갓 1단, 배 ½개, 양파(中) 1개
절임물 천일염 ¼C, 물 1L
양념 멸치젓 ½C, 새우젓 ⅓C, 다진 생강 1TS, 다진 마늘 2TS, 깨소금 3TS, 고춧가루 2C, 끓인 찹쌀풀 1½C
만드는 법
1. 토종갓(붉은갓)은 소금에 절인다.
2. 멸치젓에 물 ½C를 부어 끓인 뒤 체에 밭친다.
3. 양파, 배는 갈아서 고춧가루, 찹쌀풀, 새우젓, 멸치젓, 깨소금, 마늘, 생강을 넣어 섞는다.
4. 갓과 쪽파를 따로 양념과 버무려 한 묶음씩 묶어 휘감은 뒤 섞어 김치통에 담아 숙성시킨다.
5. 10~15일 후부터 꺼내 먹는다.
그릇 협찬 이도(yi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