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알貨 가치 급락… 속타는 브라질 채권 투자자

1인당 투자 금액이 적게는 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브라질 채권 투자자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국내외 악재로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가만히 두어도 환(換)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증권사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미국이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종료를 언급하면서 브라질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채권 판매를 자제했다가 최근에 다시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다시 한 번 환율 덫에 걸린 것이다.

◇미 달러화 대비 헤알화 환율 1년 새 13% 상승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미 달러화에 대한 헤알화 환율은 하락했다(헤알화 가치 상승).

미국이 양적 완화를 종료한다고 밝힌 작년 5월 이후 브라질 증시와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후폭풍을 겪었지만 서서히 그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금융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브라질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증시로 불러들였다.

하지만 9월부터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헤알화 환율이 다시 급등하기 시작한 것.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9월 초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브라질 정부의 노력에도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한 달 뒤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와 미국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도 악재였다. 미 달러화에 대한 헤알화 환율은 9월 이후 10.6%나 올랐다(헤알화 가치 하락).

26일(현지 시각)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의 연임이 확정되자 주가지수는 하락했고 환율은 더 올랐다. 블룸버그는 "낙선한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우 네베스 후보의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브라질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헤알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손실을 본다.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려면 원화를 달러로, 달러를 다시 헤알화로 두 번 환전하는 과정을 거친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상승하고(원화 가치 하락), 미 달러화에 대한 헤알화 환율은 하락(헤알화 가치 상승)하는 것이다.

◇올해 국내 증권사가 판매한 브라질 채권 1조3000억원

올 들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브라질 채권 판매에 열을 올렸다. 주식 거래 대금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브라질 채권은 국내 채권에 비해 판매 수수료가 높다. 많이 팔수록 실적에 득이 된다.

5개 대형 증권사에서 올해 신규 판매한 브라질 채권은 1조3000억원 규모다. 올해 판매 금액은 신한금융투자(6284억원), 미래에셋증권(3049억원), 삼성증권(2500억원), KDB대우증권(849억원), 한국투자증권(523억원) 순으로 많았다.

◇장기 투자라지만… 환 손실 우려된다면 중도 환매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당분간 브라질 금융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브라질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6% 감소했다. 1분기에도 감소했는데, 보통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경기 침체에 빠진 것으로 평가한다.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자원 부국인 브라질은 총수출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하는데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주요 수출국인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경상수지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가 브라질 금융시장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칠지도 관건이다.

만약 헤알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해 환 손실이 불어날 것이 우려된다면 중도 환매를 고려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지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경제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고 채권의 높은 금리, 절세 혜택을 고려하면 여전히 투자 매력은 있지만 미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