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 내 나는 이 배우, 무기는 오로지 연기뿐

"영화 본 뒤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형제나 엄마나…. 그리운 사람 그 누구든지요."

지난 23일 개봉한 장진 감독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올가을 코미디 흥행의 선봉장이다.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2위. 미국에 입양됐던 목사 형(조진웅)과 시골 무속인 동생(김성균)이 재회한 뒤 실종된 치매 어머니를 찾아가는 가족 코미디다. 흥행의 진짜 주인공은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두 주연 배우. 27일 서울 신문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성균(35)은 "엄청 싸우면서 함께 컸던 두 살 밑 남동생이 '히야(형), 영화 완전 짠 내 나네(눈물 나네)' 하더라. 최고의 칭찬이었다"며 웃었다.

'단발머리 깡패'로 존재를 알린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이후, '이웃사람'의 연쇄살인마,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응사)의 경상도 새내기 대학생 '삼천포'까지, 김성균은 최근 가장 각광받는 연기파 배우로 꼽힌다. 그는 "처음 '응사' 대학생 역 얘기를 들었을 땐 농담인 줄 알았다"고 했다. "제가 워낙 악역에 적합한 외모라는 걸 일찌감치 깨쳤거든요. 깡패와 연쇄살인범 바로 뒤에 키스신까지 있는 스무 살 대학생이라니, 하하. '내가 참 축복받은 놈이구나' 싶었지요."

"'응사' 이후 '그 단발머리 깡패'에서 '김성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는 그는 이번 영화에서 "주여!" 감탄사를 달고 다니는 목사 형이 영 못마땅한 '굿 전문 무당' 역을 능청스럽게 해냈다. 눈물 콧물 흘리는 오버 연기도, 형과 화해에 이르는 과정도, 관객을 자연스럽게 몰입시키는 공감력을 보여준다.

그의 연기 바탕엔 대구 학창 시절부터 경상도 연극판과 서울 대학로까지 섭렵하며 쌓아올린 내공이 있다. 그는 경남 사천의 극단 '장자번덕' 소속으로 연극 '오이디푸스', 햄릿의 한국적 재해석 '하멸태자' 등에서 이미 20대 중반에 주역을 맡았다. 그때 극단이 '응사'의 배역 이름과 같은 삼천포에 있었다.

지금은 과자 봉지에까지 CF 모델로 얼굴이 찍혀 나오고, 세 살·다섯 살 아들들도 아빠가 배우인 걸 안다. 그는 지금도 "제가 나온 영화 관객 한 명 한 명이 정말 고맙다"고 했다. "어제도 상영관 무대 인사 끝나고 씻지도 못하고 자서 아침에 비몽사몽 쓰러져 있는데, 옷 입혀주는 코디, 실어 날라주는 매니저…. 그냥 모든 게 다 감사한 가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