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 첫 억대 연봉 캐디

국내 프로골프에 '10억원의 소녀'가 탄생하면서 '1억원의 사나이'도 등장했다. 국내 프로골프 사상 첫 시즌 상금 10억원을 돌파한 김효주(19) 선수를 도와 온 서정우(29)씨가 국내 캐디 최초로 연봉 1억원 시대를 열었다.

캐디는 보통 선수가 받는 상금의 10%가량을 선수로부터 받는다. 대회 때마다 주급(週給)을 받고, 우승하거나 '톱10'에 들면 상금의 5~10%를 추가 인센티브로 받는 식이다.

지난 26일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우승으로 메이저 3승을 포함해 시즌 5승을 달성한 김효주는 시즌 상금 11억4016만원을 기록 중이다. 서씨는 "솔직히 캐디로 일 년에 억 단위 돈을 벌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기쁘면서도 얼떨떨하다"고 했다.

서씨는 '왕의 남자' 혹은 '우승 제조기'로 불려왔다. 2005년 강경남(31)과 한국프로골프 투어를 뛰며 '톱10'에 8차례 들어 그해 신인상 수상을 도왔다. 군 제대 후인 2010년엔 배상문(28)과 한·일 투어에 동행했고 SK텔레콤오픈 우승을 합작했다. 2012년 8월부터는 장하나(22)의 캐디를 맡아 5승을 함께 했다. 슬럼프에 빠져 있던 장하나는 서씨를 만난 지 두 달 만에 첫 승을 했고 지난해 상금왕, 대상, 다승왕을 휩쓸었다.

김효주는 우승 때마다 "캐디의 역할이 정말 컸다"며 서씨와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사진을 찍는다. 김효주는 "내가 화가 나서 무조건 돌진하려고 하면 오빠(서씨)가 뒤에서 잡아준다"고 했다.

서씨는 "솔직한 소통이 비결"이라고 했다. "내가 실수했을 땐 얼른 사과해서 불편한 감정이 지속되지 않도록 풀어버려요. 선수가 실수했을 땐 빨리 잊어버리자고 다독이고요."

서씨가 올 시즌 대회 때마다 직접 작성하는 '그린 북'도 김효주 우승에 밑거름이 됐다. 프로암과 연습 라운드를 돌며 홀마다 그린 경사도와 굴곡을 상세하게 기록한 자료다.

최경주(44)와 같은 전남 완도 출신으로, 최경주와 먼 친척이라는 서씨는 최경주와 마찬가지로 완도중학교 역도 선수였다. 2003~2004년 KLPGA 투어에서 뛴 친누나 서정희(32)의 영향을 받아 고1 때 골프로 전향했다. 고교 시절부터 프로 대회에서 누나의 골프백을 자주 멨다.

대학에 진학한 서씨는 세미프로 테스트에서 7번 낙방했다. 결정적 순간마다 움츠러드는 것이 문제였다. 그는 다른 사람이 경기를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더 재미있고 적성에 맞는다고 판단해 캐디 일에 뛰어들었다. 그는 "좋은 선수들과 함께 기쁨과 좌절을 함께하는 이 매력적인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