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걸음질 하는 코스피 속 돋보이는 '롱숏펀드(상승 예상종목 매수, 하락 예상종목 공매도)'

직장인 박철홍(가명·43)씨는 적금 만기로 생긴 목돈 1000만원을 롱숏펀드[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매수(롱·long)하고 하락할 종목을 공매도(숏·short)해 수익을 내는 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당분간 코스피지수가 올여름처럼 오를 것이라 보지 않고, 은행 예·적금 금리마저 내리는 상황에서는 이만한 투자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코스피지수가 한 달째 2000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약해진 모습이지만, 대내외 악재로 여전히 지수는 옆걸음하고 있다. 이에 일부 펀드 투자자는 연초 박스권 증시에서 주목을 받았던 '롱숏펀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롱숏펀드 66%, 플러스 수익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롱숏펀드 76개 중 50개(65.7%)가 플러스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070선에서 1900선까지 미끄러졌고, 국내주식형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 6%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이 펀드들은 굳건하다.

전체 롱숏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플러스 0.8%. 개별 펀드로는 평균을 크게 웃도는 상품이 많다. 시장중립형펀드인 대신멀티롱숏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이 지난 3개월간 5.7% 수익으로 가장 성과가 좋았고, 채권혼합형인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도 4%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인덱스헤지증권투자회사(주식)과 신한BNPP코리아롱숏목표전환형증권자투자신탁 1[주식]도 8월 이후 2% 이상 플러스 수익을 내는 중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 부진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박스권에서도 수익을 내는 상품들이 빛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오은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여름 증시가 박스권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롱숏펀드에서 투기성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지만, 다시 지수가 박스권으로 들어오며 시중금리 이상 성과를 안정적으로 내는 일부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준금리 인하, 롱숏펀드로 눈 돌린 투자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0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로 낮췄다. 지난 8월 금리를 2.5%에서 2.25%로 인하한 지 두 달 만의 결정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시중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로 주저앉았다"며 "롱숏펀드 중에서도 중간 정도(최근 3개월간 1~2%) 수익을 내는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매달 1500억원 정도 순유출이 있었던 롱숏펀드(전체 합계)는 이번 달 들어서 유출세가 약해지며 342억원 정도만 빠져나가고 있는 상태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증시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 8월 이후 자금이 몰린 펀드로 계속해서 돈이 들어가고 있다.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30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이 지난 3개월 동안 470억원을 끌어모았으며, KB코리아롱숏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유리트리플알파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도 각각 280억원, 240억원을 모았다. 에셋플러스해피드림투게더증권자투자신탁 1[주식혼합]으로도 50억원 가까운 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롱숏 전략을 구사하는 퇴직연금펀드도 자금을 모으고 있는 상태다. 투자자들은 신한BNPP퇴직연금코리아롱숏40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유리트리플알파연금저축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KB퇴직연금코리아롱숏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에도 소규모지만 자금을 넣고 있다.

◇트렉레코드 확인해야

그러나 증권 전문가들은 '롱숏펀드'라고 해서 플러스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출시 1년 내외 신생펀드 중에서는 손실을 보고 있는 펀드도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스마트롱숏펀드·삼성알파클럽코리아롱숏펀드·키움레알퀀트롱숏펀드는 지난 3개월간 2~4% 손실을 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매달 (혹은 일정 기간) 수익률을 쪼개 증시가 출렁일 때에도 성과가 괜찮았는지 트랙레코드(운용 성과)를 살펴 투자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