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 전·월세 대책] 低금리 시대… 세입자는 전세·집주인은 월세 원해

"100㎡(30평)대는 전세 매물이 한 건도 없어요."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 내 시범단지는 요즘 전세 매물의 씨가 말랐다. 아파트 총 네 단지, 7700여 가구 가운데 전세로 나와 있는 매물은 10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전세금은 1년 전보다 평균 1억원쯤 올랐다. 삼성한신아파트 107㎡는 작년 10월 3억2000만원대에서 4억3000만원까지 뛰었지만 전세 매물이 한 건도 없다.

서현동 림방공인중개사무소 박왕희 대표는 "주택 규모에 관계없이 2~3개월씩 전셋집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월세(반전세 포함)는 여유가 있다. 단지별로 3~5건 정도씩 매물이 나온다. 하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거래는 거의 없다.

이런 사정은 서울·수도권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권일 닥터아파트 팀장은 "지난해 초만 해도 전세와 월세 매물 비율이 7대3 정도였는데 최근엔 6대4 정도로 월세 매물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런 전·월세의 불일치 현상으로 전세금 상승세는 수그러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올 들어 이달 30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은 평균 4.05%로 매매가 상승률(0.97%)의 4배를 넘는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부조화 현상을 '저금리의 역설(逆說)'로 풀이한다. 초(超)저금리 때문에 세입자는 비용 측면에서 전세가 유리한 반면 집주인은 월세를 받는 게 낫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전세금이 올라도 부족한 자금을 은행 대출로 조달해 전세로 눌러앉는 게 금리 면에서 유리하다. 예컨대 전세금이 3억원에서 4억원으로 올랐을 때 부족한 1억원을 전세 대출로 충당하면 이자(연 3%대 초반) 부담이 연 300만원대이다. 하지만 이를 월세로 낸다면 연 600만원이 넘는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인 상황에서 전세입자는 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저금리로 인해 전·월세 부조화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