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목표는 태권도의 2020 패럴림픽 정식 종목 진입

2일(한국 시각)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이 열리는 멕시코 아구아스칼리엔테스 올림픽체육관에서 만난 조정원(67) WTF(세계태권도연맹) 총재는 무척 피곤해 보였다. 그는 이날 오후 스위스 로잔으로 날아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이후 태국서 열리는 ANOC(국가올림픽위원회) 총회에 모습을 보이고 귀국한다. 나흘 지난 뒤엔 오픈 대회가 열리는 크로아티아로 가서 대통령을 만난다고 했다.

"가끔 호텔에서 잠을 깬 순간 '내가 지금 어느 나라에 있지?' 하고 헷갈릴 때가 있어요. 어쩌겠습니까. 아직 태권도를 위해 할 일은 많고 갈 곳도 많은걸요."

조정원 WTF 총재는 올해로 취임 10년을 맞았다. 2004년 6월 김운용(83) 전 총재의 잔여 임기 10개월을 맡으며 수장에 오른 뒤 2005·2009·2013년 총회에서 잇따라 총재로 선임되며 4선 했다. 조 총재에겐 작년이 가장 잊을 수 없는 한 해다. 한때 퇴출 후보로 꼽혔던 태권도가 2월 IOC 집행위원회에서 2020 도쿄올림픽 25개 핵심 종목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며 올림픽 무대에 잔류했다.

원동력은 끊임없이 추진해온 개혁에 있었다고 한다. 전자호구와 비디오 판독제 도입이 판정의 공정성을 가져왔고, 머리 공격에 최고 4점을 부여하는 차등 점수제 등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이끌어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전자 헤드기어를 사용해 머리 공격에 대한 판정의 정확성을 꾀할 겁니다." 조 총재는 최근엔 태권도의 2020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정식 종목 진입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다.

지난 8월엔 WTF가 ITF(국제태권도연맹)와 '서로의 경기 규칙을 준수한다는 전제 아래 각 연맹이 주최하는 대회에 서로 출전할 수 있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은 WTF, 북한은 ITF 종주국으로 세계 태권도계를 양분하고 있다.

조 총재와 태권도의 인연은 미국 유학 시절 시작됐다. 사범들이 미국인들에게 한국말로 지도하는 것을 보고 태권도 세계화에 관심을 가진 그는 1983년 당시 부친이 이사장이던 경희대에 세계 최초로 4년제 태권도학과를 설립했다.

조정원 총재의 임기는 2017년까지다. 다음 임기에 대해 묻자 그는 저녁노을 얘기로 대답을 대신했다. "멕시코로 오기 전 프랑스에 잠시 머물렀는데 그때 한 마을에서 본 노을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이번 임기를 끝으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아름답게 저무는 노을이 되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