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평화로운 생의 마감

잠자리 한 마리가 풀잎에 살아있는 듯 앉아 있다. 아침 이슬을 양쪽 날개에 가득 머금고서…. 죽은 잠자리다. 매달려 있는 모습이 몹시 평화롭다. 고고하다. 여유롭다. 조용히 풀잎에 앉아 자연으로 돌아갔다. 하나의 작은 생명이 이렇게 최후를 마감한다. 손끝이 시려오는 늦가을 들녘에서 만나는 풍경의 하나다. 그냥 지나치면 살아 있는 잠자리로 보기 십상이다. 황금 물결 이는 논의 볏잎에 많이 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마지막을 평화롭게 가고 싶어한다. 살아 있는 듯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도를 닦은 고승은 앉은 채로 잠들기도 한다.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는 도의 경지에 이르렀음이다. 그런 모습은 아니어도 좀 더 편한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기를 바란다.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그렇지 않은 모습으로 생을 마감할 수 있을까? 생명을 연장하려 애를 쓰면 쓸수록 덤으로 살아가는 인생이기에 목숨을 더 얻은 대가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지 모른다.
 
어른들은 이렇게 얘기했다. 어릴 적에 보약을 많이 먹으면 죽는 것이 힘들다고. 선조들은 편안한 죽음을 희망했다. 자연의 법칙과 섭리에 따른 섭생이 곧 바른 삶의 길이지 않을까? 내려놓을 때는 내려놓아야 한다. 잊어야 할 때는 미련없이 잊어버려야 하지 않을까? 사람은 욕심의 속성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 크기는 상관하지 않는다. 아주 하찮은 작은 부분에도 욕심을 놓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가느다란 풀잎에 고고하게 앉아 생을 평화롭게 마감하고 있는 한 마리의 잠자리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저 멀리 두루미 한 마리가 아침 사냥 길에 나서고 있다. 아침 산책 길에 만난 그 모습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