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 "본죽으로 內實 다져… 단체 급식으로 재도약"

"앞으로 단체 급식 시장에도 유기농 식단이 유행하는 등 질적(質的)인 변화가 벌어질 것입니다. 이제 단체 급식 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재도약할 것입니다."

본죽·본도시락·본비빔밥 등 1468개 매장을 둔 프랜차이즈 기업 본아이에프의 김철호 회장(51·사진)은 5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체 급식 업체인 고매푸드를 최근 인수했다"면서 '제2의 창업'의 출사표(出師表)를 던졌다.

그가 인수한 고매푸드는 1984년 국내 최초로 단체급식업을 시작한 기업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공식 급식 업체로 활동했다. 지금도 한국은행을 비롯한 관공서와 학교, 기업 등 30여곳에 급식을 제공해 연간 매출이 100억원에 달한다.

김 회장은 "최근 3년 동안은 가맹점 확대 대신 내실(內實)을 다지는 기간이었다"며 "국내 급식업 시장에 불고 있는 변화와 새로운 수요를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관공서에는 대기업 급식업체의 진입을 막고 있는 점도 본아이에프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다른 성장 동력을 탐색해왔는데 그중 단체 급식이 적당하다고 판단했어요. 우리나라의 단체 급식은 한식(韓食) 위주인데 죽·도시락·비빔밥을 만들면서 한식 식재료 구매와 관리, 요리법, 사업장 관리에 익숙한 본아이에프가 잘 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김 회장은 "우리 회사의 단체 급식 사업이 활성화되면 좋은 식재료를 더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돼 우리로부터 식재료를 공급받는 가맹점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선순환(善循環)이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만 50세가 넘은 나이에 '제2의 창업과 도약'에 나선 데는 "국내에서 프랜차이즈 매장 확대로는 성장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가맹점을 너무 많이 내줘 가맹점주들을 힘들게 한다'는 비난이 수년 전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김 회장은 2011년 주력 브랜드인 본죽의 1100여 가맹점주에게 "앞으로 신도시 등 새 상권이 생기거나 문을 닫는 점포가 생기지 않는 한 새 점포를 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1174개였던 본죽의 가맹점수는 지금 1182개로 3년 동안 8개 증가에 그쳤다.

"새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기존 가맹점주가 가장 중요합니다. 가맹점주들이 돈을 못 벌면 저희 회사는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가 망해봐서 그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압니다."

샐러리맨이던 김 회장은 1993년 수입 목욕용품 회사를 세워 한때 연간 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때 환율 급등의 직격탄을 맞아 부도를 맞았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사는 처참한 상황에서 자살(自殺)까지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는 요리학원 총무, 호떡 노점상 같은 일을 하다가 2002년 창업한 본죽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재기(再起)했다. 올해 본아이에프의 예상 매출은 1300억원이다. 본아이에프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재작년(1.8%)보다 두 배 정도 높은 3.6%였다.

"본아이에프는 이익 규모에 목매달지 않습니다. 이익을 많이 내려면 광고·마케팅·홍보 비용 등을 줄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가맹점들의 이익 규모가 줄어듭니다. 제가 어려웠을 때의 절박함을 알기 때문에 고객이든 가맹점이든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경영을 하려고 합니다. 모두 함께 성장해야 지속 가능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