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쌀 때 사둔다고요? 잠시만요!

금값이 최근 눈에 띄게 약세다. 글로벌 증시가 별다른 조정 없이 계속 강세를 보이면서 안전 자산으로서 매력이 줄어든 가운데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로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인 금을 찾는 수요가 더욱 감소했기 때문이다.

금값이 계속 약세를 보이면서 국내 금시장에서는 저가 매수를 통해 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늘어 거래량이 점차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내년 상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당분간 달러화 가치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금 투자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제 金 선물가격, 4년 3개월 만에 최저치로

4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0.18% 하락한 온스당 1167.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 7월 28일 온스당 1160.4달러를 기록한 이후 약 4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가격이 하락했다.

국제 금 가격이 하락하면서 금 선물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의 수익률도 저조한 상황이다. '삼성KODEX골드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는 최근 1주일간 -4.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년 수익률은 -11%, 3년 수익률은 -31.2%에 머물렀다. 'KB스타골드특별자산(금 파생)'이 1년 수익률 -11.3%, '이스트스프링골드리치특별자산(금 파생)'이 -10.5%를 기록하는 등 다른 대표적인 금 펀드들도 수익률이 연일 하락 중이다.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 금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금 현물가격도 내림세를 보였다. 4일 KRX 금시장의 금 현물가격은 1g당 4만900원을 기록, 보름 만에 4% 넘게 하락했다.

◇美·日 엇갈린 통화정책에 약세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을 거치면서 안전 자산으로 부각돼 온스당 1700달러대에서 움직이던 국제 금 가격은 2012년 말부터 약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유입돼 글로벌 증시가 점차 강세를 보이면서 안전자산으로서 매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온스당 1690달러에 거래되던 금은 올해 1월에는 온스당 1220달러를 기록, 1년 만에 30% 가까이 하락했다.

금값은 올 들어 중동에서의 내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정치적 불안 등이 이어지며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잠시 반등했지만, 7월부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자 다시 가파른 내림세를 타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인 금은 보통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7월 80 초반에서 이달 들어 87을 넘어섰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차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한 가운데 최근 일본은행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선언해 달러화 가치가 더욱 상승한 점도 금값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내년 美 금리 인상 전까지 금값 약세 이어질 수도

금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국내에서는 낮은 가격에 금을 매입해 차익을 얻으려는 투자가 늘고 있다. KRX 금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지난 9월 4.3㎏에서 지난달 8.2㎏으로 한 달 만에 88.7% 증가했다. 입고량도 시장 개설 7개월 만에 500㎏을 넘어섰다.

그러나 원자재 전문가들은 내년으로 예정된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시점까지 달러화가 계속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큰 만큼 성급하게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국제 금값이 올해 말 온스당 1000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동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하락 폭이 커 금값이 점차 저점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달러화가 보통 금리 인상 직전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여온 만큼 금값이 추가 하락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