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가 만난 고수] "헬스케어 소비는 GDP보다 빨리 증가… 고령화·중산층 확대 때문"

"국내총생산(GDP)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선진국·신흥국 가리지 않고 영원히 수요가 줄지 않는 상품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헬스케어가 그렇습니다. 선진국은 고령화, 신흥국은 중산층 확대로 인해 건강 관련 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글로벌 헬스케어 운용사인 섹토럴 애셋매니지먼트(이하 섹토럴)의 최고경영자(CEO) 제롬 푼드(Pfund)는 머니섹션 M플러스와의 인터뷰에서 고령화와 신흥국 확대로 건강 부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푼드가 2000년 설립한 섹토럴은 운용자산 36억달러 규모의 헬스케어 투자 전문 운용사다. 제약, 바이오, 의료기술 등 오로지 헬스케어 관련 기업에만 투자한다. 2002년 1월부터 2014년 6월 말까지 수익률 192%(보수 차감 후)를 기록했다. 국내에선 한화자산운용의 글로벌 헬스케어펀드를 위탁 운용 중이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22%로, 해외주식형 펀드(0.8%)를 크게 웃돌았다. 탄탄한 수익률을 토대로 올 들어서만 국내 자금 415억원이 몰렸다. 한국 헬스케어 시장을 살펴보기 위해 방한했다는 푼드는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한국에서도 헬스케어 관련 펀드에 대한 수요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헬스케어 투자가 유망한 까닭은.

"인간이 늙어가는 한,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더 나은 의료서비스, 더 좋은 건강 제품에 대한 수요는 동서고금, 선진국·신흥국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 통계를 보자. 지난 15년간 헬스케어 소비 증가율은 국내총생산 성장률보다 항상 빨리 성장했다. 이는 고속 성장 중이든 정체된 나라든 비슷했다. 예컨대 이탈리아는 지난 10년간 GDP 성장이 거의 정체된 상태였는데 헬스케어 소비 증가율은 그보다 2~3% 더 높게 성장했다. 한국은 이탈리아와 달리 10년간 성장세를 유지했는데 역시 헬스케어 소비가 GDP보다 빨리 성장했다. 왜 그럴까. 경제성장과 관계없이 노령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제약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의 헬스케어 산업 전망은.

"중국의 급성장과 함께 아시아는 '질병의 서구화' 현상을 겪고 있다. 예전엔 동양인들이 잘 걸리지 않았던 비만, 당뇨, 심장질환 같은 서구형 질병이 아시아 각국에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당뇨병 환자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 더 많다. 비만과 심근계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라이프스타일과 식습관의 서구화가 불러온 결과다. 물론 질병이 늘어나는 게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투자자로서 아시아 지역의 이 같은 현상은 기회로 볼 수 있다."

―미국도 '오바마케어'로 헬스케어 수요가 더 높아졌다는데.

"미국은 세계에서 헬스케어 산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다. 더구나 오바마 대통령 재선 이후 의료보험 대상자를 확대하는 이른바 '오바마케어'로 2014년부터 약 4000만 명이 의료보험의 신규 혜택을 받게 된다. 헬스케어 산업이 이 산업의 최대 시장인 미국의 수요 증가 예상에 따라 또 한 차례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65세 이상 노년층이 18~44세 청장년층보다 3배 이상 지출을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미국인 한 명이 1년에 헬스케어에 쓰는 비용은 평균 9000달러(약 980만원)다. 서유럽 사람은 1년에 평균 4500달러 정도를 쓴다. 중국은 아직 300달러에 머물러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 8700달러라는 격차는 그만큼 중국 시장이 가진 잠재력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4년 전 중국인 1인이 1년에 헬스케어에 쓴 비용은 100달러에 불과했다. 4년 사이 3배 성장한 것이다. 게다가 신흥국일수록 헬스케어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경향을 보인다. 국민과 정부 모두 헬스케어에 주목하고 있고 여기에 소비를 할 의지가 충만하다. 중국뿐 아니라 인도와 브라질 등 인구 대국들에서 중산층이 팽창할수록 헬스케어 산업의 전망도 더욱 좋아지는 셈이다."

―헬스케어 중에서 주로 어디에 투자하나.

"헬스케어 포트폴리오는 제약, 복제약, 바이오기술, 의료기술, 기타(generics)로 나뉜다. 우리는 자산의 24%를 바이오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에선 아직 헬스케어 펀드가 낯설다.

"헬스케어 산업에 대해 '마켓이 작다', '변덕스럽고 리스크가 크다'는 등의 여러 가지 오해가 있다. 한화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의 주가변동률은 14~15% 정도다. S&P500에 상장된 일반주들의 주가변동률(15~16%)과 비교해 크게 다를 바 없다. 또한 헬스케어는 수익률이 지지부진하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도 있는데 이 역시 큰 오해다. 1990년 국제산업분류기준(GICS)에 따라 10개 섹터를 분류한 후 S&P500의 연환산 성과를 보면 평균이 9.4% 정도다. 헬스케어 섹터는 가장 높은 11.6%다. 24년간 연 12% 가까운 수익률을 냈다는 말이다."

―한국에서 투자하는 곳은 있나.

"아직은 없지만, 여러 곳을 검토 중이다. 한국은 혁신이 나올 수 있는 충분한 토양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