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가난을 '뻥' 차버린 소년들의 꿈

11명 중 5명이 팀을 떠났다. 공 하나만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듯 즐겁다던 3학년 명호는 아버지의 반대로 더 이상 축구를 할 수 없었다. 6학년 동현이도 그만뒀다. 설상가상 에이스 현규까지 엘리트팀에 스카우트됐다. 감독은 "성적은 중요치 않으니 그냥 아이들이 즐겁게 축구하게 해달라"는 단장 요청을 거절하고 사퇴했다.

팀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엄마들은 응원석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다들 희망을 버리려 할 때, 프로축구 후보선수 출신 김태근 감독이 팀을 맡는다. 김 감독은 주눅 들어 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 우리다 우리. 니, 내가 아니고. 우리, 우리가 중요한 기다."

경남 희망FC는 처음으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초등학교 축구단이다. 아이들은 가난했지만 공 차는 걸 무척 좋아했다. 희망FC가 아니면 축구를 포기해야 하는 아이들이다.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저마다 가슴에 이런저런 상처를 안고, 그저 공 차는 게 좋아 뛰고 또 뛰는 아이들을 6년간 쫓아다니며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포기하려던 아이들이 칭찬하고 이해해주는 지도자를 만나 불가능할 것 같던 도전을 시작한다. 잘 만든 다큐 속에 담긴 현실은 그 어떤 극영화보다 사람의 마음을 크게 움직이는 힘이 있다.

6학년 민재의 키는 130㎝. 또래보다 20㎝쯤 작다. 엄마가 어릴 적 떠난 뒤 제때 밥을 못 먹어 키가 안 자랐다. 그래서 학교 축구팀에서도 쫓겨났다. 하지만 민재가 중원에서 찔러주는 패스는 초등학교 수준을 뛰어넘는다. 아버지가 얼마 전 돌아가신 성훈이는 자신감을 잃었다. '골 못 넣는 스트라이커'다. 성훈이 어머니는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했다. "축구를 그만두면 죽을 것 같다"는 아들을 위해서다.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온 병훈이는 어른 말을 귀담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감독은 친구들의 칭찬을 통해 병훈이를 팀의 기둥으로 만든다. 부모 없이 자란 탓에 조금이라도 놀림을 당하면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빳빳이 세우고 울기만 하던 5학년 영선이도 어엿한 팀의 주축으로 자란다.

아이들 앞에는 가난이라는 벽이 버티고 서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인생에서 더 큰 벽들을 만날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찬란한 삶이 있다. 그(김태근 감독)는 아이들이 스스로 주인공으로 살아가길 원했다. 축구에서도, 또 삶에서도."

희망FC 아이들은 '더 이상 축구를 못 하게 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넘지 못할 것 같은 벽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 축구를 통해 아이들이 배운 것이다.

이런저런 상황 탓에 꿈꾸기를 그쳤다고 자책하는 이들, 꿈은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린 그 무엇이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다. '아마존의 눈물'에 이어 또 한 번, 흥분하지 않으면서 관객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배우 김남길의 내레이션이 놀랍다. 전체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