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우주와 대비되는 따뜻한 인간愛 그려냈다"

"영화가 환상적(fantastic)이니까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특히 한국에서 그의 영화들이 인기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10일 중국 상하이 페닌슐라 호텔에서 열린 영화 '인터스텔라' 아시아 언론 기자회견. 그의 자신만만한 답변에 폭소가 터졌다. "한국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눈이 높은 것 같습니다. 과학적으로 정교한 영화들을 알아보는 훌륭한 취향을 가졌어요. 고맙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주연 배우 매슈 매코너헤이와 앤 해서웨이, 감독의 부인이자 공동제작자인 엠마 토머스가 함께 나왔다.

인터스텔라는 지난 6일 세계 62개국에서 동시 개봉한 뒤 9일까지 1억3210만달러(약 1433억원) 흥행 수익을 올리며 각국 박스오피스를 점령하고 있다. 한국에선 미국을 빼면 가장 많은 1410만달러를 벌어들였고, 개봉 5일 만인 10일 관객 200만명을 넘어섰다. 영화는 모래바람과 식량난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지구를 배경으로 인류를 구원할 길을 내기 위해 우주로 떠나는 이들과 남겨진 가족의 이야기다. 영화적 상상력과 최신 과학의 성과를 정교하게 접목시켜, 블랙홀의 장관이나 웜홀을 통한 성간(星間·Interstellar) 여행 등을 압도적 시각효과로 담아냈다는 평이다.

"놀런 감독 영화에 출연하는 걸 노린 측면도 있어요." 배우 매코너헤이의 말에 회견장은 다시 웃음바다가 됐다. "영화 속 전직 우주비행사 역할도 워낙 매력적이었지만, 감독님은 남자 배우의 매력을 끄집어내는 독보적 능력이 있어요. 내가 평생 찍은 영화 다 합쳐도 감독님 영화 한 편의 흥행 성적에 못 미친다니까요." 그는 "영화에서 주인공의 꿈과 눈은 늘 우주로 향해 있는데 몸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밧줄로 지구의 현실에 묶여 있다. 우주로 떠나는 기쁨과 딸을 두고 가는 슬픔을 조화롭게 그려낸다는 건 엄청난 도전이었다"고 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의 캣 우먼 역에 이어 두 번째 놀런의 영화에 나온 해서웨이는 "감독의 제안을 받자마자 시나리오도 안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남자 만나 사랑에 빠지는 틀에 박힌 여자가 아니라 강하고 독립적인 여자여서 더 마음에 들었죠. 하지만 물의 행성에서 우주복 입고 전력 질주할 땐 힘들어 탈진해 버렸어요."

놀런 감독은 "영화 속 지구에서 죽음은 확실한 것이며 우주로 나갈 때조차 죽음은 명확하고 삶의 희망은 미미하다. 그렇게 차가운 우주와 따뜻한 인간애를 또렷이 대비시키려 했다.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지, 우주에서 인간은 어디쯤 있는지, 우리는 어떤 존재인지 말하고 싶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