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몰려오는 뭉칫돈, 한국株式 7개월 연속 매집

일본에서 뭉칫돈이 몰려온다. 일본 투자자들이 보유한 국내 주식은 올 들어 3조2000억원 증가했는데, 전문가들은 앞으로 반년간 이보다 1조원 이상 많은 4조8000억원이 한국 주식에 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 규모가 127조엔(약 1200조원)인 세계 최대 연기금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가 해외 주식 투자를 늘릴 예정인데, 한국 증시에도 이 자금이 많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흥국 주식으로 눈 돌리는 일본 연기금

지난달 31일, 일본 공적연금펀드는 주식 투자 비중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체 자산 중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을 종전 12%에서 25%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은 4.8% 올랐다.

공적연금펀드는 일본 주식 외에도 해외 주식 투자를 늘리기로 해, 투자 비중을 현재 전체 자산의 12%에서 25%로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신흥국 주식에 대한 투자도 활성화된다. 공적연금펀드는 자산을 배분하는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 지수를 'MSCI 고쿠사이'에서 'MSCI ACWI'로 변경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MSCI 고쿠사이는 일본을 뺀 선진국 지수지만, MSCI ACWI는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이 포함돼 있다"며 "앞으로 공적연금펀드가 신흥국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됐고, 투자 금액은 3조2000억엔(약 3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한국 증시에서 이미 둘째 큰손

일본은 세계에서 한국 주식을 둘째로 많이 산 나라다. 일본은 올 들어 국내 주식을 총 2조8440억원 순매수했는데, 전체 외국인 순매수 금액 중 45%를 차지한다.

작년까지 일본은 한국 주식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일본 자금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주식은 2010년에서 2011년으로 넘어가며 1조5000억원 감소했고, 그 이후에도 6조원 수준에서 머물렀다.

한국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은 올해부터다. 일본은 한국 주식을 4월부터 7개월 연속 순매수했다. 9월부터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되고 증시가 하락하자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던 중국도 순매도로 전환했지만, 일본은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매수를 이어갔다.

일본이 4월부터 한국 주식을 사기 시작한 것도 공적연금펀드 때문이다. 공적연금펀드는 올해 상반기부터 해외 주식을 포함한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밝혀왔다. 오 연구원은 공적연금펀드의 자산 배분 변화를 예상해 일본계 자산운용사가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 자금 유입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MSCI ACWI에서 한국의 비중은 1.8% 정도다. 오 연구원은 "벤치마크 지수 변경과 해외 주식 투자 확대로 공적연금펀드가 한국 주식을 앞으로 4조8000억원 더 매수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4조8000억원을 더 매수하면 일본이 보유하는 국내 주식이 지금보다 50% 증가하는 셈이다. 공적연금펀드의 자산 배분 비중은 내년 4월부터 적용되는데, 앞으로 남은 6개월간 일본 자금이 지금까지보다 더 거세게 밀려들어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계 자금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은

공적연금펀드는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 90%는 기초 지수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지만, 10%는 적극적으로 운용 전략을 짜고 투자한다. 전문가들은 과거 일본의 경험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라는 인구구조 변화는 일본의 소비 패턴에 영향을 줬고, 조리된 가공식품의 판매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증시에서 식품업종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4월 이후 순매수를 기록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 한국, 중국의 기술 격차와 가격수준을 고려해 업종을 선택할 것"이라며 "국내 산업 중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보가전 등 일본과 기술력 격차가 1년 미만, 중국과 격차는 1년 이상 되는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