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해운株, 유가하락·엔低 덕에 다시 떴다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주가가 계속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항공사와 해운사들의 주가가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유류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 데다, 엔화 약세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까지 이어지면서 투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유가와 환율 효과로 항공주와 해운주의 상승 흐름이 장기간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가 회복돼 매출액이 증가하지 못할 경우, 경기 민감 업종으로 꼽히는 항공과 해운 업종의 주가 오름세는 '반짝 상승'으로 그치고 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름값 하락에 항공·해운株 한 달간 10% 넘게 상승

항공업계 매출 규모 1위인 대한항공은 최근 한 달간 주가가 16.9% 뛰었다. 다른 대형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도 최근 나흘 연속으로 상승하면서 한 달 동안 11.7% 상승했다.

저가 항공사 관련 주 역시 같은 기간 강세를 보였다. 제주항공을 계열사로 둔 AK홀딩스는 25.2% 상승했고, 티웨이항공을 운영하는 티웨이홀딩스 역시 9.3% 올랐다.

항공주들이 최근 눈에 띄는 강세를 보인 이유는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류비에 대한 부담 감소로 순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에 산유국들의 증산까지 더해져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연료 수입 비용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7월 말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11일 77.94달러까지 하락해 최근 3개월 만에 20% 넘게 하락했다.

선박을 운항하는 데 들어가는 유류비 부담이 큰 해운사들 역시 유가 하락의 수혜주로 꼽히며 최근 주가가 상승세다. 한진해운은 한 달간 주가가 19.7% 올랐고, 대한해운도 12.1% 상승했다.

◇항공사 日노선 수익 회복세

최근 일본은행(BOJ)의 대규모 양적 완화 선언으로 엔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점도 항공주와 해운주의 상승 이유로 꼽힌다.

항공사들은 엔화 약세로 매출 비중이 높은 일본 노선에서의 수익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부터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 수가 점차 줄면서 지난해 4월 이후 일본 노선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최근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높아져 반대로 일본으로 나가는 한국 관광객이 늘면서 지난달부터 일본 노선에서의 수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신민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2015년에도 지속될 경우 일본을 찾는 내국인 출국자들이 증가해 대형 항공사들의 실적이 꾸준히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운사들 역시 엔화 약세의 수혜주로 꼽힌다. 엔화 약세로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최근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까지 하락해 운임을 달러로 받는 해운사들의 영업이익과 외화환산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아이엠투자증권은 한진해운에 대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0% 상승하면(원화 약세) 약 2500억원에 이르는 외화환산 이익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장기적 상승은 힘들다는 의견도

그러나 최근 항공주와 해운주의 상승 흐름이 장기간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유가 하락과 환율 효과로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해 매출액이 큰 폭으로 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안에서의 경쟁이 계속 심화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대형 항공사들의 경우 저가항공사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 근거리 노선에서의 수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해운사들 역시 경기 침체로 화물운송 수요가 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외의 대형 해운사들과의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주에 대해 "유가 하락으로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주가가 오르려면 구조적인 요인에 힘입어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야 한다"며 "저가 항공사, 외국계 항공사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까지 감안하면 최근의 주가 수준이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