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5포기씩 더… 농촌 살리고 건강에도 좋아"

"집집마다 김장을 5포기씩만 더 해 주시면 농촌이 삽니다."

농협에서 농산물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이상욱 농협경제 대표가 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배추 농사가 풍년을 기록하면서 배추 가격이 폭락하자, 이 대표는 '김장 5포기 더 하기' 운동을 전방위로 펼치고 있다.

올해 배추 생산량은 작년보다 12.4% 늘어난 172만6000톤에 달한다. 농산물은 먹는 양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약간만 공급이 늘어도 가격이 폭락하는 특성이 있다. 올해 배추 도매가격은 3포기당 3290원(11월 5일 기준)으로 평년 5112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면서 농촌 현장에선 배추밭을 갈아엎고, 수확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시장에 내놔봐야 수확과 운반 비용도 건지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정부와 농협은 배추를 사들여 보관 또는 폐기해 물량을 조절하고 있지만, 예산과 창고 확보에 한계가 있어 제대로 효과를 못 내고 있다.

이 대표는 풍년의 역설을 해결하는 방법은 소비 촉진밖에 없다고 말한다. 각 가정이 5포기씩 더 담그면 총 11만톤가량 추가 수요를 창출해 남아도는 배추를 모두 처리할 수 있다는 게 농협 측 설명이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전국 각지에서 배추 직거래장터를 여는 것은 물론 기업들을 만나 배추 대량 구매를 요청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기업들이 배추를 사들여 김장을 한 뒤 기부하거나, 배추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기업이 구매한 배추를 덤으로 끼워주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작년에도 비슷한 행사를 열어 삼성그룹이 20억원, LH공사가 2억원어치 배추를 구입하면서 큰 성과를 냈다"며 "올해도 작년보다 배추 생산이 늘어난 만큼 더 바쁘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청와대도 찾았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대대적으로 배추 소비에 나서줄 것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반응이 괜찮아서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농협은 김장 더 하기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오는 25~26일 양일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대규모 김장 행사 및 직거래 장터 행사를 연다. 기업 CEO 등을 초청해 대규모로 김장을 하고, 현장을 찾는 소비자에게 배추·무·마늘 등 김장 채소를 대폭 할인 판매하는 행사이다. 이 대표는 "농민은 우리의 뿌리이고 부모들이니, 조금씩만 농촌의 어려움에 관심을 가져 달라"며 "행사에 찾아와 싸게 사서 김장 5포기씩만 더 담그면 농촌 어려움 해소에 큰 도움이 되고 가족 건강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