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期 미착공 수도권 단지, 분양 훈풍에 기지개

16일 낮 경기 용인시청에서 남쪽으로 10㎞쯤 떨어진 남사면 아곡리 일대 '남사지구'. 비닐하우스와 논밭이 펼쳐져 있는 가운데 야트막한 건물들이 드문드문 눈에 들어왔다. 대림산업이 2006년부터 약 40만㎡ 부지에 아파트 7000여 가구를 짓는 미니 신도시 사업으로 추진했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화성 동탄2신도시가 차로 20여분 거리인 데다 주변 환경이 쾌적해 주거 단지로 주목받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사업이 중단됐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대림산업이 땅 매입과 인허가 절차를 재개하고 건설 인력도 대거 보강하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그동안 용인 지역 미분양이 많이 줄었고 청약 열기도 살아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 분양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경기 침체로 장기간 중단됐던 용인·평택 등 수도권의 대규모 아파트 개발 사업을 잇달아 재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연이은 규제 완화로 분양 시장이 살아나면서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다. 최근 수도권 외곽 지역 교통 기반 시설이 대폭 정비되면서 사업 전망도 좋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장기 중단 사업 속속 재개

용인시가 대표적인 지역이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호황기에 건설사들이 앞다퉈 땅을 사들였다가 경기 침체로 발이 묶인 사업지가 몰려 있다. 최근 남사지구는 물론 5000가구 안팎의 초대형 사업들이 잇따라 재가동되기 시작했다.

용인 역북동 일대의 '역북지구'에서는 지난달 미매각 상태로 남아 있던 아파트 용지 3개 중 2개가 연달아 팔려나갔다. 이 지역에서는 아파트 4100가구가 건립될 예정이다. 땅을 사들인 우미건설과 세종건설은 내년 3월 분양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주민 용인도시공사 과장은 "지난해 용인경전철이 개통된 데 이어 2017년엔 용인시 상습 정체 구간인 국도 42호선 우회 도로가 뚫린다"며 "사업을 처음 추진했던 2007년보다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용인시청 주변 '역삼지구'는 2005년 이후 10년 만에 사업 정상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최근 시공사를 파라다이스글로벌로 확정한 데 이어 지난달 말 기공식을 열었다. 2017년 12월까지 69만여㎡ 부지에 아파트 등 주택 5200가구와 오피스텔·호텔·상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용인 외 경기 외곽 지역의 사업들도 속속 깨어나고 있다. GS건설은 2006년 착수한 '평택 동삭2지구'(5700가구)를 내년 분양하기로 결정했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과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증설, KTX 개통 등으로 사업 여건이 개선됐다는 판단에서다. 내년 하반기 처음으로 전철(성남~여주 복선전철)이 뚫리는 경기 광주시에서도 현대건설이 내년 상반기 중 45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전세난에 수요 늘고 사업성 개선

장기 미착공 사업에 햇빛이 드는 이유는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의 수도권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미분양이 줄면서 신규 분양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올 9월 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은 1만9942가구로 지난 6월(3만212가구) 이후 3개월 만에 1만 가구가 감소했다.

특히 건설업계는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렸던 경기 김포시의 반전(反轉)에 고무돼 있다.

김포에서 올 5월 공급된 '한강센트럴자이'(4079가구)는 초기 대부분이 미분양됐지만 올여름 이후 상황이 바뀌면서 현재 계약률 90%를 기록하고 있다. 권일 닥터아파트 팀장은 "김포는 교통망이 확충되고 생활 여건이 개선되면서 '미운 오리'가 '백조'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단지 규모가 워낙 큰 사업이 많아 수요가 받쳐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소비자들은 분양가와 입지 여건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시세 차익보다는 실거주나 임대 사업용으로 관심을 갖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