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K-OTC 場外시장 가열… 대기업 계열사株 거래 급증

지난 14일 삼성SDS가 134.19대1의 높은 청약 경쟁률 속에 상장되면서, 최근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비상장 종목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25일 개장한 K-OTC 장외주식시장은 기존 중·소형주 위주로 거래되던 프리보드 종목들과 함께 대기업 계열 종목들도 사고팔 수 있어 최근 거래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개장 이후 지금까지 K-OTC에서 거래된 종목들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을 조사한 결과 주로 상장 기대감이 높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끈 것으로 나타났다. 검증된 우량주를 미리 선점해 상장 시 큰 차익을 얻는 '제2의 삼성SDS 효과'를 노리는 투자가 많았던 셈이다. 중·소형주 가운데서는 자본 잠식을 해소한 뒤 실적이 점차 개선되면서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종목이 많았다.

◇대기업 비중 높은 거래대금 상위 10개사가 全 거래의 94%

개장일부터 17일까지 K-OTC에 등록됐던 전체 124개 종목의 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거래대금 1484억8747만원 가운데 상위 10개사의 거래대금은 1391억4698만원으로 전체의 93.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대금 상위 10개사 가운데 대기업 계열사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삼성SDS를 비롯해 삼성메디슨, 현대로지스틱스, 미래에셋생명, 포스코건설, KT파워텔 등 6개사였다. 반면 개장 이후 지금껏 거래량이 단 1건도 없었던 22개 종목 가운데 대기업 계열사는 한 곳도 없었다.

거래가 많은 대기업 계열 비상장 종목들은 주로 상장이 예정돼 있거나, 상장 기대감이 높은 회사가 많았다. 개장 후 거래대금 누적액 순위 5위를 기록한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내년 상장을 목표로 현재 기업공개(IPO) 작업을 준비 중이다. 삼성메디슨과 포스코건설 역시 금융시장에서 줄곧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종목들이다. 제주항공의 경우 올해 안에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 뒤 내년 중 상장을 할 계획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상장 종목들은 상장주들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해 검증된 대기업 종목으로 관심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된 중·소형株도 거래량 많아

대기업 계열사들 외에는 주당 단가가 낮아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비중이 작지만, 거래량을 기준으로 보면 최근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중소기업이 많았다.

개장 후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퀀텀에너지는 온열침대와 돌침대, 의료기기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최근 노령 인구 증가로 건강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종목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16억25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퀀텀에너지는 올해 같은 기간 8446만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 전환했다.

과거 코스닥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던 종목들이 자본 잠식을 해소한 뒤 K-OTC에 입성해 활발하게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일레덱스홀딩스(룩손에너지홀딩스에서 사명 변경)의 경우 지난 2월 상장 폐지됐지만, 자본 잠식 해소 뒤 K-OTC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액이 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손실 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인 일레덱스홀딩스는 K-OTC에서 퀀텀에너지 다음으로 많은 거래량을 기록 중이다.

◇변동 폭 커 섣부른 상장 기대 투자는 주의해야

전문가들은 상장에 대한 소문이 돌거나, 대기업에 속한 종목들이라는 이유로 막연한 기대감에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K-OTC 시장의 경우 주가 상·하한선이 30%로 높아 15%인 유가증권시장·코스닥 상장 종목에 비해 변동 폭이 크다. 이 때문에 상장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실적 악화 전망이 나올 경우 손실을 볼 가능성도 높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과 달리 비상장주식은 매도할 때 차익에 대해 대기업은 20%, 중소기업은 10%씩 양도소득세가 붙기 때문에 기대했던 수준보다 수익률이 낮을 가능성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