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조선株 반등… 이젠 믿어도 될까

본격적인 반등의 서막일까, 단지 저가 매수 유입에 따른 단기 상승일까.

수출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인 정유와 화학·조선, 이른바 '정·화·조' 업종에 속한 종목들이 최근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이 업종들은 그동안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주가가 올 들어 계속 약세를 보였었다.

전문가들은 유럽 대형선사들의 발주량 증가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의 영향으로 내년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저평가된 정·화·조 종목들이 반등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단기적인 차익을 기대하고 이 업종들의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주가가 오른 것일 뿐, 글로벌 경기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는 한 최근의 강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적 개선 기대 조선주, FTA 효과 전망 화학주

조선업종 가운데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큰 현대중공업은 최근 한 달간 주가가 10만9500원에서 12만3000원으로 12.3% 상승했다. 이달 들어 상승 폭은 24%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이 한 달간 30.8%, 삼성중공업이 6.4% 각각 오르는 등 다른 조선주들 역시 전체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들의 상선 수주 규모는 올해를 바닥으로 향후 몇 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상선 인도가 늘면서 내년 조선업 전체 영업이익은 1조4672억원을 기록,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 수위 컨테이너사인 머스크(Maersk)가 최근 대량 발주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 업종 역시 경기 회복 기대감 속에 이달 체결한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까지 반영되며 주가가 올랐다. 롯데케미칼이 한 달간 22.4% 올랐고, 금호석유화학도 9.6% 상승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중 FTA로 석유화학 부문의 대(對) 중국 무역수지가 약 13억달러 늘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제 마진이 줄면서 실적이 악화됐던 SK이노베이션이 한 달간 12.2% 오르는 등 정유주들 역시 반등하고 있다.

◇실적 환율·국제유가 흐름도 변수

최근 원화가 점차 약세로 돌아서는 데다, 국제유가도 조금씩 바닥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정유와 화학, 조선업종이 완만하게 상승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7월 초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000원 선까지 근접했지만, 최근 미국의 3차 양적 완화 종료와 엔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18일에는 1099원까지 상승했다.(원화 약세) 최근 가파르게 하락했던 국제유가도 주요 산유국들이 공급량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늘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가가 상승할 경우 정제 마진이 늘어 정유사들의 실적이 개선된다.

◇실적 "하락 폭 커진 데 따른 저가 매수 유입" 분석도 많아

그러나 여전히 금융시장에서는 정·화·조 업종의 상승세가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는 데 의문부호를 제기하는 전문가가 많다. 최근의 강세는 단지 하락 폭이 너무 컸기 때문에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바라보고 투자가 늘어난 것일 뿐, 유럽과 중국의 경기가 눈에 띄게 개선되기 전까지는 이 업종들의 상승세가 계속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반등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 주가(24만8500원)에 비해서는 50% 넘게 하락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36.1% 내렸다. SK이노베이션(-36.3%)과 롯데케미칼(-23.3%) 등 정유와 화학주들도 올 들어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주가의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면 현대중공업은 0.5배, SK이노베이션은 0.53배, 롯데케미칼은 0.92배 수준으로 여전히 코스피지수 전체 PBR(1.07배)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화·조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유럽과 중국의 경제지표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해 상승세가 계속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을 눈여겨보면서 실적 개선 종목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