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공단 안에 비즈니스호텔… 産團 리모델링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LCD 업체에 다니는 김모(32)씨는 올 초까지만 해도 세 살짜리 아들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 많았다. 안산시내 어린이집에 맡겼지만 갑작스럽게 야근할 일이 생기거나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올 3월 회사 근처에 24시간 운영하는 공립 어린이집이 들어서면서 걱정이 해결됐다. 김씨는 "이제 점심시간이나 짬이 날 때 아이를 볼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라며 "회사 일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월공단에서는 이달 안에 비즈니스호텔인 '인터불고호텔'이 문을 연다. 전국 산업단지에 들어서는 두 번째 호텔이다. 지금까지 산업단지에서 운영하는 호텔은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에 있는 '롯데시티호텔'이 유일했다. 반월공단 내 전자부품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단지 안에 호텔이 없다 보니 해외에서 바이어가 올 경우 숙소 문제로 불편함을 겪었는데 이제 그런 문제가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산업단지는 한국 경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지만 점차 노후화하면서 입주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프라가 부족하고 근로자들의 만족도도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주요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리모델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생산 기반시설 확충과 함께 문화·복지·편의시설을 늘려 산업단지를 '공장의 집합체'가 아니라 주거·문화 기능을 아우르는 복합 생활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게 목표다.

◇2017년까지 17개 産團 리모델링

반월공단에 입주해 있는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 나인테크는 올 5월 산업단지공단이 준공한 '청정표면처리센터'에 입주했다. 입주한 지 반년 남짓하지만 공장 이전(移轉)에 따른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올 9월에는 이 회사의 깨끗한 작업 환경을 높이 산 중견 기업과 제품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한 달 매출의 30%에 달하는 적지 않은 규모다. 센터에 입주한 다른 업체와 공동으로 폐수를 처리하면서 폐수 처리 비용을 60% 정도 아낄 수 있게 된 것도 소득이다. 윤태영 팀장은 "20년 가까이 쓴 예전 공장은 낡을 데로 낡았었는데 새로운 공장으로 옮겨오면서 직원들 만족도도 높아지고, 회사 이미지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산업단지공단이 올 3월 국내 주요 산업단지 입주 기업 753개와 인근의 대학·실업계 고등학교 64곳을 대상으로 산업단지 취업을 기피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힘든 일이 많을 것 같다'(41.8%)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놀이·휴식·편의시설 부족'(8.2%), '환경오염이 심할 것 같아서'(8.2%), '공단에 대한 부정적 시각'(7.3%) 등 산업단지의 생활 여건 또는 이미지와 관련된 불만 사항도 많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까지 2조3000억원을 투자해 반월·구미·창원 등 노후된 17개 산업단지를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에너지관리시스템 도입, IT·사물인터넷 등과 융합해 생산 전(全) 과정을 지능화·최적화한 '스마트 공장' 1만개 구축 등으로 생산 기반 확충에 나서는 한편 문화·보육 시설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클러스터 확대로 연구 능력 확대

산업단지 리모델링은 연구·개발(R&D) 기반 마련과 같은 '소프트웨어' 개선 작업도 함께 진행된다. '산학융합지구 조성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2년 경기도 시흥에 문을 연 '스마트허브 산학융합본부'에는 한국산업기술대·경기과학기술대·신안산대·안산대 등 4개 대학과 시화·반월공단 소재 40여개 기업의 연구소가 입주, 산학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10여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전국에 이와 같은 산학융합지구가 7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정부는 2017년까지 17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강남훈 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산학협력을 강화해 인력 양성과 R&D, 고용이 선순환(善循環)되는 혁신 산업단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