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사진 취미로 일구는 인생 2모작

100세 장수시대는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은퇴한 후 여가는 늘어만 간다. 60세에 은퇴해서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무려 16만 시간이 된다. 햇수로 계산하면 18년이다. 생리적 필수 시간과 의무 생활 시간을 제외한 하루 11시간으로 계산한 시간이다. 90세까지 살 때는 12만 시간, 80세로 했을 때도 8만 시간이나 된다.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누구나 한두 번은 고민하였지 싶다.

예순 살이 되면서 나도 그러한 고민을 했었다. 평생을 재미있고 현역처럼 살 방법은 없을까? 지나간 삶을 되돌아보았을 때 세월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았고 흐름의 속도는 그야말로 쏜살 같았다. 보다 의미 있는 인생을 사는 방편으로 사진 취미를 선택했었다. 60살에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4년이 지난 지금에는 그 사진 취미를 통하여 인생 후반전을 행복하게 꾸려가고 있다. 젊은 시절의 전반생보다 더 활발하게 생활한다. 하루를 25시로 살아간다. 많지는 않지만, 용돈도 번다. 후반생을 재미와 보람으로 보내면서 소득도 챙기고 있어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형국의 삶을 산다. 

사진에 대해 특별한 재능이나 솜씨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에 수채화를 조금 그렸던 경험이 있기는 하다. 일반 학동처럼 그림을 좋아한 정도다. 사진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 사진 솜씨는 그야말로 초보자였다. 카메라도 소형 디지털카메라 한 대가 전부였다. 남다른 점을 찾아본다면 지리산 청학동 계곡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순수한 감성이 몸과 마음에 자리하고 있었음이지 싶다.

나이 들어서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를 언덕 위에 세우고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며 노후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꾼 적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노후를 즐겁고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취미로 사진을 생각하게 되었다. 사진을 취미로 하게 되면 무료하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싶었다. 건강도 챙기면서 여러 사람과도 어울리는 외롭지 않게, 때로는 작품을 통한 부가적 소득과 재능기부도 하면서 평생 현역처럼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이유다. 노후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꿈이 그림에서 사진으로 바뀐 셈이다.

57세부터 블로그 '촌놈의 세상 보기'를 운영하면서 글을 쓰고 있었고 수필가의 이름을 달기도 한 시기였다. 좀 더 좋은 사진을 글에 곁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사진을 시작하였다. 공인 사진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진을 공부하다 보니, 우리 말에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듯이 단순한 취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되어보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으로 사진을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게 되었고 사진을 배운지 1년 만에 한국사진작가협회가 인정하는 사진작가 명함을 갖게 되었다. 꾸준한 노력을 통하여 전문가 수준으로 기술을 습득하여 사진을 배운지 3년 만에 국전인 대한민국사진대전에 입선을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어떻게 보면 '서당개 3년에 풍월 읊는다'는 결과인지 모른다. 2013년 11월에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서 주관한 8만 시간 디자인공모전의 사진 부문에 출품하여 우수상을 받았고 12월에는 부산일보 주최 제21회 부일 전국사진대전에서 '닭장'이라는 작품으로 전국에서 출품된 1,166점 중에서 좋은 심사평으로 2위인 우수상 영예를 안았다. 지금은 사진 강의를 의뢰받기도 하고 사진클럽 운영으로 재능기부를 하기도 한다. 이런 것이 인연이 되어 <시니어 조선>의 사진 명예 기자로 활동하며 자긍심을 되찾고 있다.

내가 만든 인생 2모작의 텃밭에 뿌린 사진이라는 씨앗이 싹이 트고 싱싱한 잎이 나고 꽃을 피워 가고 있다. 뒤늦게 배운 사진이지만 꾸준하고도 집중적으로 실력을 연마함으로써 사진을 통하여 나날이 바쁜 후반생을 보내게 되었다. 인생 2모작의 텃밭에 자라는 행복이 열리는 나무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은 초보 수준의 사진작가지만 사진 취미는 노후를 알차고 보람이 있으면서 무료하지 않은 나날을 보내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