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 투자, 국내는 이젠 시들… 海外로 눈 돌려

올해 주식 투자자 사이에서는 '배당'이 가장 큰 화제였다. 정부는 기업이 배당을 많이 하도록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제도를 내놓았고, 배당 투자자에게 유리한 세제 혜택도 생긴다.

하지만 본격적인 연말 배당 시즌이 되자 투자자들의 관심은 해외 증시로 향하고 있다. 국내 고배당주의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해외 기업들의 배당금은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등 분위기는 해외 쪽으로 쏠리고 있다.

◇산타랠리는 다른 나라 이야기

지난 1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영국의 투자회사 헨더슨글로벌인베스터의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전 세계 기업들의 배당금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헨더슨은 올해 세계 상장 기업들의 배당금은 지난해보다 12.6% 상승한 총 1조1900억달러(약 1300조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업종에서 배당금이 늘고, 금융업종이 배당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증시는 이 같은 배당 확대 전망에 산타랠리를 즐기고 있다. MSCI 월드고배당지수는 이달 들어 1.2% 상승했다. 뉴욕 증시에서 S&P 500지수는 1.7% 올랐고, 영국과 독일 증시도 1~2% 올랐다. 산타랠리는 연말에 보너스를 받은 근로자들이 소비를 늘리고 기업 매출이 증가하면서 강세장이 펼쳐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배당이 연말에 집중된다는 점도 주가 상승의 한 원인이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발표한 배당지수 4개는 모두 코스피지수보다 나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 우선주 지수'와 '코스피 배당성장 50지수'는 3~4% 하락했는데 코스피지수는 0.1% 올랐다. 연말이 되면 배당을 받으려 주식을 사는 투자자 덕분에 고배당주의 주가가 오르지만 고배당주의 흐름이 주식시장 평균을 밑도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배당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힘이 되지 못했다.

◇배당 투자자, 해외 고배당주에 관심

많은 배당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은 좁은 한국에서 벗어나 세계로 눈을 돌렸다. 최근 등장한 상장지수증권(ETN)에서 해외 고배당주에 대한 높은 관심이 나타났다.

지난 17일 10개 종목의 ETN이 거래소에 상장됐는데, 19일까지 3일간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ETN은 'Perfex 유럽 고배당 주식 ETN(H)'다. 이 상품은 유럽 17개 국가에 상장돼 있는 고배당주 25개 종목의 주가를 기준으로 산출한 '유럽 고배당 주식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실제로 배당은 받지 못하지만, 유럽의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 이 ETN은 18일에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같은 ETN이지만 국내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상품은 관심이 저조하다. 'octo WISE 배당 ETN'의 거래대금은 'Perfex 유럽 고배당 주식 ETN(H)'의 7분의 1 수준이다.

글로벌 배당주 펀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편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배당주 펀드는 최근 3개월간 평균 -5.5%의 수익률을 냈지만, 해외 배당주 펀드 수익률은 1.7%를 기록 중이다.

자금도 들어오고 있다. 올해 들어 21개 해외 배당주 펀드로는 총 1478억원 순유입됐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올해 대부분의 지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과 반대되는 흐름이다.

자금이 들어온 만큼 수익률도 양호하다. 올해 1140억원을 모으며 해외 배당주 펀드 중 가장 인기를 끈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자(주식-재간접)종류A'는 최근 1개월간 8.9%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