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MBA] 폭약 사면 굴착·發破는 덤으로… 서비스를 차별화하라

2008년 9월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비교적 빨리 어려움을 극복한 기업의 상당수는 뛰어난 서비스 전략을 무기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독일의 풍력터빈 회사 에네르콘(Enercon)은 고객들과 점검·안전서비스·손질·수선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서비스'를 보장하는 서비스 계약을 맺고, 서비스 가격은 그들이 풍력발전 시설을 가동해서 얻는 수익에 비례하도록 구성했다. 또 고객인 풍력발전소 회사들에 97%라는 매우 높은 정상가동률을 보장했다. 에네르콘으로선 상당한 위험을 부담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감한 보장이 매우 좋은 반응을 일으켰고, 그 결과 에네르콘 고객 중 85%가 이 포괄적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상업용 폭약 시장의 선두 업체인 호주 오리카(Orica)는 채석장 운영 업체에 포괄적인 서비스 상품을 제공한다. 오리카는 폭약 판매뿐만 아니라 암석 분석, 굴착 작업, 발파까지 모두 해준다. 사실 맞춤형 서비스인 만큼 가격 투명성은 떨어지는 대신, 고객당 매출·효율성·안정성은 올라간다. 고객은 발파 과정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거래를 끊기가 어려워진다. 즉, 공급 계약이 연장된다.

에네르콘과 오리카처럼 차별화된 서비스를 도입한 회사는 특히 불황기에 큰 힘을 발휘한다. 차별화된 높은 수준의 서비스는 기업의 믿음직스러운 전략적 경쟁 우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이든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살아남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반드시 다음 세 요건을 갖춘, 뚜렷한 전략적 경쟁 우위가 있어야 한다. ▲고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문에서 강해야 한다 ▲기업이 갖추고 있는 우위를 고객이 실제로 인지해야 한다 ▲경쟁사가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부문에서 강해야 한다. 차별화된 높은 수준의 서비스는 특히 다른 회사들이 적어도 짧은 시간 내에는 흉내내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의 전략적 경쟁 우위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국내외를 막론하고 고객의 서비스 기대 수준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 어떻게 서비스를 전략적 무기로 만들 수 있을까? 오랜 시간 여러 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니 몇 가지 비법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역량·외관·친절·신속이라는 서비스의 기본에 더욱더 충실을 기할 것, 그리고 비상사태 대처 능력을 향상시킬 것, 이 두 가지다.

먼저 역량 부분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수출하는 제품 구조가 더욱 복잡하고 정교해질수록 서비스 담당 직원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상당수의 수입국에는 실력 있는 서비스 직원이 아직 많이 모자란다. 우리가 수출하는 제품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도록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 특히 개발도상국 또는 신규 시장의 경우에는 제품의 품질보다는 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불평이 더 많이 들린다는 사실을 우리 기업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서비스의 '외관'도 중요하다. 점점 더 많은 회사가 통일되고 일관된 기업 이미지를 투사하기 위하여 직원들에게 제복을 입게 하고 있다. 특히 고객 관점에서는 서비스 담당 직원들의 외관이 그대로 기업 정체성(corporate identity)을 반영해, 고객들의 충성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친절은 서비스의 기본 중 기본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 같은 놀이동산이나 대한항공 등의 비행기 안에서 직접 경험하는 직원의 친절은 상당한 수준이지만, 모든 회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친절을 베푸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돈 안 드는 친절이 당신 회사와 당신 자신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빠른 서비스만큼 고객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는 것도 드물다. 그러나 서비스를 빨리 제공하려다 보면 일상적인 절차와 충돌할 수 있다. 여기 두 가지 사례를 통해 해법을 찾아볼 수 있다.

2013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려던 아시아나항공 OZ214 편이 사고가 나서 승객 3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때 이 비행기의 여자 승무원들은 목숨을 건 승객 구조로 현지 언론으로부터 '영웅'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또 다른 사례. 플라스틱 볼 베어링 분야의 세계적인 회사 IGUS는 "임원의 허가 없이는 절대로 고객에게 '아니요'라고 하지 말라"는 법칙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어느 고객이 이 회사에 전화를 걸어 한 제품을 사흘 내에 갖고 싶다고 말한다 치자. 실제 생산 계획으로는 불가능한 일일지라도, 이 직원은 먼저 담당 임원과 상의한 뒤 그의 허락이 떨어져야만 고객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IGUS의 회장 프랑크 블라제에 따르면, 도저히 안 될 것 같았던 이런 무리한 고객 요구의 약 80%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상에서 보았듯, '정말로 빼어난 서비스'는 일상적인 절차에 의해 모든 것이 원활하게 진행될 때 나오는 것이 아니고, 예외적인 비상사태가 일어났을 때 창출된다. 일상적인 절차와 훈련만으로는 예외적으로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서비스를 효과적인 차별화의 수단으로 쓰려면 그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 즉, 기업은 서비스 직원들이 정해진 서비스 절차나 매뉴얼에만 매달리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그들을 선발하고, 가르치고, 이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