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 韓人은행 "중소기업 미국 진출 돕겠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하면 신용 기록도 없는 상태에서 현지에서 대출이나 다른 금융서비스를 받기 어렵습니다. BBCN 은행은 28년의 현지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 중소기업들의 미국 안착을 도울 수 있습니다."

24일 한국사무소 문을 연 미주 최대 한인은행인 BBCN은행의 케빈 김(57·한국명 김광성·사진) 행장은 한국 중소기업들이 미국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한국 진출을 결심했다고 했다. "한국 기업들이 좋은 상품과 실력을 갖추고도 언어와 문화 차이 때문에 현지 은행 서비스를 활용 못 하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김 행장은 "BBCN은 한국말로 서비스하고 한국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미국 은행"이라며 "한국 중소기업에 최고의 선진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BBCN은 행장부터 텔러까지 전체 인력 중 70%가 재미(在美) 한인으로 이뤄진 한국계 미국 은행이다. 미국 9개 주에 50개 지점, 6개 대출사무소를 갖고 있으며 고객 수는 15만명에 달한다. 65%가 한인이며 나머지는 현지인이다. 총자산 70억달러(약 7조5000억원)로,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州) 은행 중 6번째로 크다. 나스닥에도 상장돼 있다. 김 행장은 BBCN 한국사무소가 미국 진출을 꾀하는 중소기업들에 현지 자금 조달, 미국식 금융 서비스, 미국 신용 거래 확립 등을 지원해주는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이미 현지 금융과 오랜 교류를 통해 기반을 확보했지만 하도급·납품업체들은 미국에서 혼란을 겪기 때문에, 한인 은행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행장은 "미국에 처음 진출하는 중소기업은 신용 기록이 없기 때문에 대출을 받으려면 한국 본사에서 보증해줘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면서 "주로 건물 담보를 통해 대출을 시도하는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은행들이 부동산 담보 대출은 잘 안 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이나 우리아메리카은행 등 한국 시중은행의 해외법인도 대안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 해외지점은 뉴욕·LA 같은 대도시에만 있기 때문에 지방에서 사업하는 중소기업은 자금 관리 등 은행의 부대 서비스를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BBCN은 한국사무소와 연계해, 본사 보증 없이도 현금흐름표만 보고 대출을 해주고 예금·자산 관리 등 종합서비스를 '원스톱'으로 해결해 줄 수 있다"면서 "대기업만의 전유물 같았던 '금융의 현지화'를 중소기업도 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BBCN의 롤모델로 유대계 미국 은행 '시티내셔널'을 꼽았다. BBCN처럼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두고 이민자 중심의 은행이었던 시티내셔널은 초기 미국 유대인 중소상인들을 적극 지원했다. 김 행장은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 유대계 자본이 오늘날 이스라엘의 든든한 기반이 됐듯이 재외 한국계 자본도 모국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