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1.26 10:27

This Man |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김신묵

전문가 못지않은 활동력으로 <시니어조선> 홈페이지에 문화재 답사 관련 기사를 꾸준히 기고하는 명예기자 김신묵 씨. 5년 후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될 문화재 답사 서적을 목표로 오늘도 그는 역사 속 어딘가를 즐거이 오가고 있다.


제2의 인생을 통해 얻은 기쁨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김신묵

군 생활을 30년간 하고 2005년 육군 중령 계급정년으로 퇴직했어요. 군에서는 큰 뜻을 못 이룬 거죠. 남들과 마찬가지로 최상층까지 가는 꿈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50세라는 젊은 나이에 퇴직한 뒤, 처음에는 여행을 하기 시작했어요. 여행을 워낙 좋아해서 군인 생활할 때도 오지 발령을 받으면 불평하기보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곤 했어요. 그런데 여행도 어느 정도 다니다 보니 뭔가 계속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답사로 눈을 돌린 후 그 부족했던 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문학, 역사, 철학을 모두 품고 있는 답사를 통해 여행을 업그레이드했어요. 10년 동안 답사를 이어오다 보니 가족들은 물론 지인들도 답사를 제 직업처럼 여기게 됐죠. 아내의 반대가 조금 있긴 했지만 지금은 많이 이해해주는 편이에요. 얼마 전에 외아들을 출가시키고 부부 둘이 살고 있는데, 각자 조금씩 벌면서 불필요한 소비생활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어요. 인생 1막은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일을 많이 하고 살았어요.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까 참는 법을 배우며 살아왔어요. 하지만 인생 2막은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살고 있어요. 그거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나는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김신묵

답사를 하며 얻고 느낀 내용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서 <시니어조선> 명예기자로 활동하고 있어요. 벌써 2년 차가 됐네요. 기사를 통해 문화적으로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음에 기쁨을 느낍니다. 경제활동에 대한 미련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기쁨은 돈으로 계산이 안 되는 거죠. 공부가 많이 필요한데, 주로 발품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있어요. 우선 요즘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 전시가 많이 늘어났어요. 박물관 발품만 팔아도 엄청난 정보를 얻을 수 있죠. 또 박물관, 도서관,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문화센터 강의도 열심히 찾아서 듣는 편이에요. 무료 혹은 실비만 내면 들을 수 있는 강의들인데, 강의를 듣고 흥미롭다고 느끼는 것들은 직접 찾아가서 보고, 책도 사서 보는 식으로 자체 연구를 합니다. 저는 시간을 넷으로 나눠서 쓰는 편인데 우선 나를 위해서 운동과 같은 활동을 하는 시간, 두 번째는 수면시간 그리고 세 번째, 네 번째가 각각 답사 관련 공부와 기사 작성, 자료 정리의 시간이죠. 실제 기자분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 나름대로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개인사무실도 마련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문화답사가 주는 짜릿한 매력

▲2013~14년 김신묵 씨가 다녀온 수많은 답사지가 지도 위 스티커로 표시되어 있다.
▲2013~14년 김신묵 씨가 다녀온 수많은 답사지가 지도 위 스티커로 표시되어 있다.

포석정을 왕족, 귀족들이 술잔 띄우면서 술이 자기 앞에 돌아올 때까지 시를 읊고 유희를 즐겼던 장소라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아요. 심지어 경애왕이 거기서 유희를 즐기다 견훤의 공격을 받아 시해당했다고 알고 있기도 하고요. 그곳은 원래 제례를 올리는 곳이에요. 경애왕도 제례를 올리러 갔다가 변을 당한 겁니다. 답사를 통해 이런 인식의 오류를 제대로 잡을 수 있어요. 그리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연계성을 찾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죠. 신라왕릉 중 가장 멋지다는 원성왕릉에 가보니, 원성왕보다 왕위계승권은 높았는데 왕권 다툼에서 밀려난 김주원이라는 분에 대한 설명이 있었어요. 그때 번뜩 강릉에서 본 명주군왕릉이 떠올랐죠. 그게 바로 그 강릉 김씨의 시조, 김주원의 무덤이었거든요. 그렇게 역사의 시공간이 연결되는 것을 느끼니 얼마나 통쾌하던지요. 책을 펴놓고 그 두 사람의 역사를 쭉 연결해가면 양쪽을 답사했던 기록들이 파노라마처럼 연결돼요. 그런 지식의 재구성이 답사의 참 묘미인 것 같아요. ‘어디에 가면 뭐가 있다’와 같은 평면적인 답사를 넘어서 공간성과 시간성을 함께 보고 엮을 줄 알게 되면 비로소 답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거죠.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처럼

제가 꿈꾸는 시니어의 모습은 문화에 대한 식견을 갖추고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요즘 많이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모임에서 문화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지루해하고, 역사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데다 영화나 공연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들만 쫓는 사람들이 많죠. 닮고 싶은 역사 속 인물로는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송강 정철을 꼽을 수 있어요. 연암의 <열하일기>에는 서민의 삶에 대한 고민과 대안,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 발전된 나라에 대한 정보와 같은 엄청난 것들이 담겨 있어요. 다산 정약용 역시 그의 저서와 기록을 통해 올곧은 삶과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고요. 저도 답사를 통해 얻은 수많은 내용을 통해 조금이나마 문화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앞으로 5년 정도의 시간을 더 투자해 우리나라에 있는 문화유적지를 빼놓지 않고 다 밟아보고 싶고, 그 후에 책을 펴내고 싶어요. 책 출간을 통한 문화적 기여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그 꿈을 위해서라도 명예기자 활동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갈 예정입니다. 앞으로 제 글을 보시게 되면 잠깐이라도 시선을 멈춰주시고 반응도 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