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1.26 01:20

[인도네시아 구스만 상원의장 訪韓]
수산업·자원개발 등 잠재력 큰 시장 "우리집 아이 셋 모두 태권도 배워요"

구스만 의장은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T-50 훈련기와 잠수함을 도입하는 등 방산분야 협력도 상당하다”며 “비즈니스를 떠나 국가 간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구스만 의장은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T-50 훈련기와 잠수함을 도입하는 등 방산분야 협력도 상당하다”며 “비즈니스를 떠나 국가 간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용수 기자

"인도네시아에서도 한류(韓流)는 대단합니다. 어딜 가나 한국 상품, 케이팝, 한국 식당을 볼 수 있어요."

인도네시아의 상원의장 격인 이르만 구스만(52) 지역대표의회(DPD) 의장은 "'태초에 신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고, 그 뒤 한국인이 기술을 개발하도록 하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구스만 의장은 "내가 어릴 땐 유도와 가라테를 배웠지만, 다리를 많이 쓰는 태권도를 하면 키가 큰다는 말 때문인지 요즘 아이들은 태권도를 배운다"며 "나도 애들이 셋인데 모두 태권도를 배웠다"고 했다. 특히 "막내딸(12세)이 지금 빨간 띠"라며 "토요일에 보충수업까지 받으러 다닐 정도로 열심"이라고 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국민이 한국에 호감을 갖는 이유에 대해 "우리도 일본의 식민 통치를 받은 경험이 있다"며 "그런 역사적 공통점에서 오는 동병상련의 감정이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기업인 출신으로 여러 나라 기업을 상대해봤다는 그는 "1997년 외환 위기로 무산되긴 했지만 당시 기아차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 했다"며 "그때 느낀 거지만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보다 기술 이전에 대해 좀 더 열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구스만 의장은 "전·현직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한국 사랑'도 돈독한 양국 관계의 밑거름이 됐다"며 "친한파로 유명했던 전임 유도요노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정계 진출 전에 목재업에 종사했던 신임 조코 위도도 대통령 역시 한국과 비즈니스 하며 좋은 인상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구스만 의장은 한국 기업들에 인도네시아를 최적의 투자처로 활용해달라고 주문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5000만명(세계 4위)으로 아세안 10개국 전체 인구(6억명)의 40%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자, 국토도 유럽에 갖다 놓으면 런던에서 앙카라(터키)까지 닿을 정도로 방대하다"며 "아직도 열악한 사회간접자본 구축 과정에 상당한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그는 "1만7000개 섬으로 이뤄진 각지를 연결하는 항구, 교량뿐 아니라 수산업, 에너지 등 자원 개발까지 생각하면 진출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던 일부 한국 기업이 성과가 더디다며 사업을 접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며 "조금 긴 호흡을 가지면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인도네시아"라고 했다.

구스만 의장은 경영컨설팅 기관인 GWP코리아 초청으로 주지사·의원 등 40여명을 이끌고 지난 18일 방한했다. 지난달 DPD 의장(임기 5년)에 재선된 뒤 처음으로 찾은 나라가 한국이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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