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박 세일(블랙 프라이데이) 앞두고 국내 유통·물류 喜悲 교차

언제부터인가 미국의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기다리는 한국인이 많아졌다. 미국인들처럼 가족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칠면조구이를 먹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이프 대신 마우스를 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쇼핑하기 위해서다.

미국 유통업체들이 상품을 크게 할인한 가격에 내놓는 '블랙 프라이데이(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 날)'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마음도 들뜨고 있다.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 버튼을 누르기 위한 긴장이 높아지는 만큼, 국내 유통·물류 기업 주가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 해외 직구 2조원 시대 열듯

'해외 직접구매'(이하 해외 직구)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알려진 것은 2010년이다. 해외 직구는 매년 50%쯤 성장해 지난해에는 1조원을 넘었다. 올해 10개월간 해외 직구 금액은 12억2800만달러(약 1조3600억원)로, 작년 기록을 이미 넘었다.

본격적인 미국의 쇼핑 시즌은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시작되므로, 올해 해외 직구 금액은 2조원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같은 제품도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면 훨씬 싸다'는 정보가 알려지면서부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해외 직구를 선호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응답한 소비자 중 67%가 '국내 동일 상품보다 싼 가격'을 들었다. 실제로 관세청의 조사에 따르면 립스틱은 수입가격보다 국내 판매가가 9.2배, 등산화는 4.4배 높았다.

◇유통 울고 카드·택배 웃고

해외 직구로 구매하는 상품은 핸드백과 의류·신발·화장품·건강식품 등이다. 가격이 비싼 만큼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해외 직구 열풍이 불면 백화점 매출이 타격을 받는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이달 들어 주식시장에서 현대백화점·신세계는 1~2% 하락했다.

반면 같은 유통업체지만 대형 할인점은 타격을 덜 받는다. 생필품과 저가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까닭이다. 이마트는 이달 들어 10.4% 올랐다.

'해외 직구 금액 1조원'을 달성한 작년에도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있었던 11월 한 달간 현대백화점과 신세계의 주가는 2~4% 내렸고, 이마트는 6% 상승했다.

한슬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백화점은 의류, 잡화, 가전제품 매출이 전체의 75% 이상이며, 해외 직구가 확대되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직구의 직접적 경쟁자는 또 있다. 인터넷 쇼핑몰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쇼핑한다는 것은 같은데, 국내 사이트가 해외 사이트보다 비싸다면 문제가 된다. 가격 비교도 즉시 가능해 소비자가 쉽게 이탈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인터파크INT는 이달 들어 14.4% 하락했다.

해외 직구로 혜택을 보는 종목은 카드사와 택배업체가 있다. 해외 직구는 카드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카드사의 실적이 개선되고, 해외 인터넷 쇼핑몰서 구매한 상품은 택배사를 거쳐 집으로 배송된다. 카드사들은 해외 직구족을 위해 할인과 무료 배송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실시 중이다. 덕분에 이달 들어 삼성카드는 4.0%, CJ대한통운은 3.9% 상승했다.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아직 해외 직구가 택배회사의 배송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가 안 될 정도로 적지만, 성장률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인의 역직구에 주목

외국인이 한국산 제품을 우리나라의 인터넷 쇼핑물에서 구매하는 '역(逆)직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 시장이 대표적인데, 페이팔은 중국 해외 직구 시장 규모가 지난해 2160억위안에서 2018년에는 1조위안(약 184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인터파크INT는 영어와 중국어로 쇼핑 정보를 제공하는 글로벌 사이트를 개설했다. CJ오쇼핑은 알리바바그룹의 쇼핑몰 티몰(天猫)에 입점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은 중국 택배회사와 제휴를 맺고 국제 택배 사업을 강화했다.